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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올 성장률 '6% 이상' 제시…홍콩 선거제 개편 공식화

중앙일보

입력

둥젠화(오른쪽) 전 홍콩 행정장관이 5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자 일어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로이터]

둥젠화(오른쪽) 전 홍콩 행정장관이 5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자 일어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로이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5일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으로 제시했다. 시장의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코로나19 발발 충격에 아예 목표치를 내걸지 못했던 지난해에 비해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망치 보다 낮아…재정적자율도 낮춰 #‘애국자 통치’ 내세워 입후보 문턱 높이고 #입법회·행정장관 선거위원회 정원 늘일듯

리 총리는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 이상으로 잡은 이유는 경제 회복 상황을 고려하고, 각 분야의 개혁과 혁신 그리고 질적 성장을 추진하는데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요기관들의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세계은행이 7.9%, 국제통화기구(IMF) 8.1%, 노무라증권 9% 등 8~9% 수준으로 리 총리가 언급한 목표치보다 높다. 경기 회복 기대에다 코로나 충격에 지난해 성장률이 2.3%까지 내려간 '기저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6% 이상'을 제시한 건 자산 거품과 부채 급증 우려 속에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에 미국의 견제 속에 수출 독주형 경제를 내수가 동반된 '쌍 순환'구조로 바꾸겠다는 전략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한 시간 동안 낭독한 업무보고에서 신규취업자 1100만 명, 물가 상승률 3%, 재정 적자율 3.2% 등의 목표치도 제시했다. 재정 적자율은 지난해 3.6%에서 크게 낮춘 것이다. 특히 지난해 1조 위안 규모로 발행했던 방역 특별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밝혀 긴축 모드 전환을 예고했다.

관심을 끈 올해 국방 예산은 지난해보다 6.8% 증가한 1조3553억 위안(약 236조원)으로 편성했다. 지난해 증가율 6.6%보다 0.2%포인트 올려잡은 것이다.  중국 국방비 증가율은 2018년 8.2%→2019년 7.5%→2020년 6.6%로 3년 연속 줄어들던 추세였다.

5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에 앞서 캐리람(왼쪽) 홍콩 행정장관 앞으로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로이터]

5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에 앞서 캐리람(왼쪽) 홍콩 행정장관 앞으로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로이터]

홍콩 입법회 선거 1년 추가 연기할 듯 

올해 전인대 개막식의 화두는 지난해에 이어 홍콩이었다. 리 총리는 이날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의 홍콩 통치)’, 고도자치 방침을 정확하게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 세력이 홍콩에 간여하는 것을 단호하게 막아야 한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언급한 ‘애국자 통치(愛國者治港)’ 원칙을 함께 언급했다.

이어 왕천(王晨) 전인대 부위원장이 홍콩 선거제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왕 부위원장은 “홍콩 현행 선거제도에 존재하는 명백한 허점과 결함이 반중란항(중국을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히는) 세력이 홍콩 관리권을 탈취할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1984년 6월 덩샤오핑 동지가 애국자가 주체가 된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고 명확히 지적했다”며 “애국자의 표준은 자기 민족을 존중하고 성심성의로 조국을 옹호하고 홍콩의 번영과 안정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위원장은 올해 전인대 회기 중 홍콩 행정장관 선출 방법을 담은 홍콩 기본법 부속문서 1과 입법회 구성 방법을 담은 부속문서 2의 개정을 담은 결정 초안의 심의를 요청했다.

홍콩 선거제 개편안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4일 밤 샤바오룽(夏寶龍) 홍콩·마카오판공실 주임이 베이징에서 홍콩의 정협 위원을 만나 입법회 의원 숫자를 70명에서 90명으로, 행정장관 간선 기구인 선거위원회 숫자를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리는 개편안을 설명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5일 보도했다. 민주세력이 다수인 구위원의 행정장관 선거위원회 자격을 박탈하고, 행정장관 입후보 조건을 기존 선거위원회 150인 추천에서 188인으로 문턱을 높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 당국이 선거제를 손보겠다고 나서면서 지난해 9월에서 올 9월로 1년 연기된 입법회 선거도 다시 1년 연기될 전망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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