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소아과 진료영역 놓고 공방

중앙일보

입력

소아과 진료영역을 놓고 의사와 한의사들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소아과 개원의사들의 모임인 소아과개원의협의회(소개협.회장 장훈)는 최근 소아전문 한의원을 표방하고 있는 함소아한의원(대표 최혁용)에 대해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들어 서울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소개협은 소장에서 `함소아한의원' 3곳(서초.강남.잠실)이 ▲의료법상 전문의가 아니면 표기할 수 없는 `소아'라는 명칭을 간판에 사용하고 ▲홈페이지 등에 진료성과를 과대 광고했으며 ▲스테로이드 및 항생제 처방에 대해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발언해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장훈 소개협 회장은 "함소아한의원의 불법적인 소아진료 행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법적인 조치를 취했다"면서 "소아과를 내세운 불법 진료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함소아한의원측은 고문변호사를 선임해 소개협을 맞고소하기로 하는 등 역시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혁용 원장은 "함소아라는 명칭은 함씨 성의 소아과가 아니라 `함박 미소짓는 아이'를 뜻한다"면서 "이 명칭은 보건소에서 정상적인 심사과정을 거쳐 취득한 것으로 법정 진료과목 가운데 하나인 한방소아과를 표방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개협의 조치는 모든 한의원과 한의사에 대해 환자의 진료를 선점하겠다는 발상"이라면서 "양.한방 소아과의 역할에 대해 공개 토론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함소아한의원은 지난 99년에 개원한 이후 국내 33곳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1곳에 체인점을 두고 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공방은 양방과 한방의 해묵은 감정에서 비롯된 영역 다툼으로 보인다"면서 "서로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선의의 다툼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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