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로 돌아온 1조짜리 서린동 빌딩…국민연금 2000억 차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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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 뉴스1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 뉴스1

SK의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재매입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이 건물의 주인은 SK㈜ㆍSK이노베이션 등 그룹 계열사와 국민연금이 함께 출자한 펀드인데, SK가 국민연금 지분을 모두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SK와 국민연금의 지분 비율은 6대 4로 알려져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근처에 있는 이 건물은 지하 7층, 지상 35층이다.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현 회장이 건축을 결정한 뒤 2000년 준공됐다. SK는 2005년 이 건물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팔아 인천정유(현 SK인천석유화학) 인수 자금에 보탰다. 이후에도 SK는 임대료를 내고 건물을 그대로 사용했다. 서린빌딩의 소유는 2011년 지금의 펀드로 바뀐 상태다. 당시 업계 추정으로 BOA는 약 10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현재 서린빌딩의 건물 가치는 9900억~1조원으로 알려져있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국민연금은 10년 만에 약 200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는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다만 SK는 건물 거래 가격과 관련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세워 이 건물을 운영할 예정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리츠가 서린빌딩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소유 법인을 바꾼다. SK 계열사들은 리츠에 임대료를 내고 건물을 쓰게 된다. 계열사들은 매각 대금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거나 연구개발(R&D)에 쓸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 뉴스1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 뉴스1

리츠는 이번달 국토교통부의 설립 인가를 받고, 올해 안에 상장하는 게 목표다. 업계에선 SK에너지가 갖고 있는 전국 주유소도 리츠 자산으로 넘길 거란 관측도 나온다. SK는 지난해 7월부터 이같은 계획을 추진해왔다.

수소 사업 3억 달러 조달 

SK는 리츠 뿐 아니라 수소 사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SK 그룹의 수소 사업 추진을 맡고 있는 SK E&S는 이날 그린론(Green Loan)을 통해 3억 달러를 조달한다고 밝혔다. 그린론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수소 관련 인프라 등 친환경 사업 분야로 투자 용도가 제한된 대출이다. 돈을 빌려주는 곳은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ㆍNH농협은행으로 구성된 ‘해외 M&Aㆍ투자 공동지원 협의체’다.

SK E&S는 이 돈을 미국 수소 기업인 플러그파워 지분 매입 대금에 보태고, 다른 수소 사업 확대에도 나선다. SK E&S와 SK㈜는 플러그파워에 1조8500억원(16억 달러)을 투자해 최대주주(지분 10%)가 됐다. SK E&S는 “국책 은행으로부터 그린론을 성공적으로 조달한 것은 미래 성장 가능성과 친환경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수소와 재생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를 선도하는 글로벌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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