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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얀마인들의 절규…“민주주의 모범국 한국,도와달라”

중앙일보

입력

1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최루가스를 피해 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최루가스를 피해 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얀마 민주주의를 돌려달라.”
3·1절을 하루 앞두고 서울시에 국내 거주 미얀마인들의 호소가 울려퍼졌다. 이들은 지난달 6일부터 미얀마 군사쿠데타에 반대하는 민주주의 집회를 주 4회씩 열고 있다. 지난달 28일 집회가 열린 서울 성동구 미얀마대사관 무관부 앞에 80여명의 미얀마인이 다녀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재한 미얀마인은 9인 릴레이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다. 30분 단위로 9명이 돌아가면서 미얀마 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구호를 외치는 식이다. 주말엔 4시간, 평일엔 3시간 동안 진행한다. 3·1절에도 집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우천으로 취소됐다.

미얀마 위한 1인 시위

1일 서울 용산구의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선 오후 1시부터 1인시위가 진행됐다. 3·1절 의미를 생각해 1인시위에 나섰다는 정용(54)씨는 수도권에 사는 한국인이다. 그는 ‘우리 한국인들은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하며 함께하겠습니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미얀마 학살중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직접 제작해 들고 나왔다.

1일 오후 정용(54)씨가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1일 오후 정용(54)씨가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정씨는 “미얀마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그곳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뉴스로 보고 충격받았다”며 “1919년 3월 1일에 조상들이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하면서 전 세계에 평화와 독립을 호소했던 게 생각나서 나왔다”고 했다. 국내 미얀마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씨의 1인 시위 사진에는 ‘삼일절이라 더 뭉클해진다’는 등 댓글이 달렸다.

"영화 '1987','택시운전사'의 나라 한국" 

미얀마인들에게 한국은 과거 한국이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 때 도움을 호소했던 ‘서방 세계’와 비슷하다. 유엔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미얀마 최대도시인 양곤에서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쳤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얀마 노동자와 유학생들은 2일 예정된 집회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한국에 미얀마 인권을 위해 힘써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3일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집회를 신고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미얀마 국적의 까웅(24)은 지난달 27일과 28일 릴레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까웅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많은 미얀마 사람들이 알고 있다. 영화 ‘1987’과 ‘택시운전사’를 인상 깊게 봤다”며 “미얀마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돼 한국에서라도 미얀마 상황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재한미얀마인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 분수대 앞에서 열린 군부 쿠데타 반대 집회에서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고 저항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재한미얀마인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 분수대 앞에서 열린 군부 쿠데타 반대 집회에서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고 저항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까웅의 가족은 실탄 사격으로 10명 이상의 시위대가 사망한 양곤에 살고 있다. 또 그는 “미얀마 시각으로 오전 1시부터 9시까지 인터넷을 끊어놓고 있어서 밤 중에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 매일 불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도 미얀마 국민 지지해달라" 

취업비자로 입국해 충남 천안에서 6년째 일을 했다는 띤테이아웅(27)은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에서 여는 릴레이 집회에 참석 중이다. 그는 “미얀마에 있는 부모님과 3형제가 모두 군부독재 타도를 위한 집회에 나가고 있다”며 “한국에 있어 가족들과 함께 싸울 수 없다 보니 이곳에서라도 마음으로 동참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인들도 미얀마 국민을 지지해주면 진심으로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주한 미얀마인들과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 위원회’를 구성한 정범래(55)씨는 “미얀마 사람들 3만명이 한국에서 일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정도로 한국의 국격이 올라갔다는 뜻”이라며“민주주의 모범국으로서 한국이 이들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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