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고형은 악질적인 경우뿐" vs. 의협 "교통사고에도 금고형"

중앙일보

입력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 앞.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 앞.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4일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가짜 뉴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금고형 이상은 악질적 범죄에만 선고된다'는 보건복지부의 설명을 거론하며 "정부 관계자가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의협은 보행자의 무단횡단 등 사실상 운전자의 과실이 적은 사망 사고에서도 재판부가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온라인을 통해 '무단횡단 90대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금고형(2018년11월)', '왕복 9차로 건너던 보행자 치어 숨지게 해 금고형 집행유예(2020년5월)', '전동킥보드 무면허 운전 중 행인 친 20대 금고형 집행유예'(2018년9월) 등의 사례를 검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민식이법'으로 인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운전자가 금고형 이상을 선고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의협은 설명했다.

교통사고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생후 1개월된 아이와 놀아주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사건, 술에 취해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일행을 밀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등에서도 금고형이 내려진 사례가 있다는 것도 예로 들었다.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는 "법원에서는 주로 행위의 결과가 무겁더라도 의도적이지 않고 처리 과정이 원만하며 정상을 참작하는 경우에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어 금고형 선고가 악질적인 경우라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협은 살인, 성폭행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서는 이미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입법의 취지와 국민적 요구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모든 범죄에 있어 금고형의 선고유예만으로도 의료인 면허를 제한하는 것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 국회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의료법 개정 문제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예방접종과 연계해 협력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영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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