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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신현수 설 직전 사의 표명…文 '후임 알아보자' 말했다"

중앙일보

입력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설 연휴 전 문재인 대통령에 처음 사의를 표명했을 땐 문 대통령이 “알았다”며 이를 수리할 뜻을 내비쳤다고 17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처음엔 "후임을 알아보자"며 사의를 받아들이려 했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이 17일 전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인사말을 하는 신 수석의 모습. 연합뉴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처음엔 "후임을 알아보자"며 사의를 받아들이려 했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이 17일 전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인사말을 하는 신 수석의 모습. 연합뉴스

신 수석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자신을 ‘패싱’하고 단행한 검찰 대검검사(검사장)급 인사와 관련해 “제가 청와대에서 더는 할 역할이 없는 것 같다”며 지난 9일께 문 대통령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임명된 뒤 40일 만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알았으니 후임자를 알아보자”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튿날 신 수석을 다시 불러 만류했고, 설 연휴 기간 고심한 신 수석은 연휴 직후 문 대통령에게 재차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신 수석이 아직 그만두겠다는 뜻을 스스로 거둔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처음에는 사표를 수리할 뜻을 비쳤다가 4·7 재·보궐 선거에 미칠지 모를 역풍을 우려해 사의를 만류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7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최근 검찰 인사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가 문 대통령이 만류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 맨 끝)도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7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최근 검찰 인사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가 문 대통령이 만류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 맨 끝)도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는 청와대가 신 수석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언론에 설명한 내용과 다소 다른 내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신 수석이 사표가 아니라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고, 그때마다 문 대통령이 만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견해가 달랐다. 그걸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 민정수석은 아마 중재를 하려고 의도한 것 같은데, 그게 진행되는 와중에 (인사가) 발표돼 버리고 하는 것에 대해 사표를 내신 게 아닌가(한다)”라며 “박 장관이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의지대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1차 사의’ 땐 “후임자를 찾아보자”며 받아들일 의향을 내비쳤다는 데 대한 중앙일보 질의에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사의를 만류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청와대 전체의 만류에도 물러나겠다는 신 수석의 의사가 너무나 완강하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한 뒤 돌아서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패싱'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한 뒤 돌아서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패싱'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신 수석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과 관련해서도 주변에 부정적인 의견을 토로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올 초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에 남기기로 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산·대형참사)의 직접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모두 이양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모두 박탈해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2월 발의, 6월 통과’를 목표로 힘을 싣고 있다. 그런데 막상 청와대 안에서 수사권 관련 제도 개편을 주도하는 신 수석이 여권 주류의 생각과는 다른 신중론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신 수석의 사의 표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지난 7일 박 장관의 검사장급 인사와 관련해 이날 여권에선 “박 장관이 사고 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이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인사 관련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일찌감치 유임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또 다른 요구사항이었던 대검 참모진 교체와 한동훈 검사장 등 좌천 인사의 일선 복귀 등은 여전히 유효했던 카드였다고 한다. 하지만 박 장관은 이러한 의견을 전부 배제한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확정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최종 재가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하면서 신 수석 사의 표명에 관한 질문을 받곤 “나중에”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준호·정유진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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