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달린 여성과 결혼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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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혁발 씨의 사진작품. 작가자신의 여장남자 모습을 찍은 것이다.

'고추 달린 여성과 결혼하겠다.'

파격적인 작품과 기행으로 게릴라 아티스트로 불리는 화가 이혁발 씨(39)가 또 일을 저질렀다.

여성도 남성도 아닌, 여성의 몸에 페니스가 달린 반쪽 트랜스젠더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것. 반쪽 트랜스젠더란 하리수처럼 남자로 태어났으나 성전환수술을 받은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남녀 성기가 공존하는 양성구유도 아닌 존재. 남자로 태어났으나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성에 있다고 여겨, 호르몬 주사 등으로 유방을 키우고 여장을 하지만 페니스는 잘라내지 않은 이중 성의 소유자다.

이씨가 이처럼 기상천외한 결혼상대구하기 작전을 펼치게 된 건, 성소수자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며, 자신은 결혼을 통해 그것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결심한 데서 나왔다.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동성애 경험도 없을 뿐 아니라 여성을 좋아하고 여성과 섹스하기를 즐기는 남성일 뿐"이지만, 성적 취향이 '고추 달린 여성'이 좋을 뿐이라는 것.

고추 달린 여성은 영어로는 쉬메일(SheMale) 태국에선 레이디보이(LadyBoy) 일본에선 뉴하프(NewHalf)로 불린다. 이씨는 '여자'와 '남자'를 합친 '염자'에서 보다 밝은 느낌의 '얌자'로 바꿔 불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우리 나라에 많이 있느냐고 묻자 이 씨는 "동성애자의 커밍 아웃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 우리 사회인 만큼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은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도 "최근엔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 실제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어 희망이 있다"고 답했다.

이씨는 지난 5년 간 준비해 온 충격적인 미술작업을 전시회를 통해 공개하고, 이 자리를 빌려 공개구혼한다. 작품들은 이 씨 자신이 여장 남자를 한 모습을 다양한 공간에서 다각적으로 포착한 것들. 전시회는 <섹시미미-이혁발의 셀프사진퍼포먼스>란 제목으로 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충무로 그린포토갤러리(2269-2613)에서 열린다.

"여장남자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전시회의 의미를 되새겨 주길 바란다"는 이 씨는 "성에 대한 모든 편견을 버리고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간스포츠 전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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