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病 어른들과 달라요"

중앙일보

입력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The child is not a little man)'. 3. 3㎏으로 태어난 신생아는 신생아기→영아기→걸음마 시기→유아기→초등학생기→사춘기(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으로 재탄생된다. 이같은 성장.발달 과정에서 각 시기별로 신체의 구조와 생리적 반응은 어른과 다르다. 또 장기별로 발달 시기도 다르다. 흔한 질병도 다르고 같은 장기에 생긴 병도 다르며, 같은 병명을 앓더라도 원인.종류.치료법 등이 다른 경우가 많다.

◇어린이에만 흔한 병들= 열이 나서 동네병원에서 감기 치료를 받았던 M양(7). 시간이 가면서 열도 떨어지고 전반적인 상태는 좋아졌으나 열흘 쯤 지나 손끝에 피부가 벗겨지는 것이 발견됐다. 다니던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의뢰돼 소아과 의사의 진찰을 받고서야 가와사끼병으로 판명이 났다.

가와사끼병은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어린이에게 발생하는 병. 5일이상 열이 나면서 기침.콧물.관절염.설사.구토.딸기 모양의 혀.피부 발진.결막의 충혈.목의 임프절 부종.손끝의 피부가 벗겨짐.설사.구토.심장 혈관의 동맥류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중 심장혈관의 동맥류가 터질 경우 즉사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병 초기에 가와사끼병을 의심하고 대량의 감마 글로불린 주사를 맞아 발생율을 현저히 줄여야 한다.


M양이 소아과로 전원돼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았을 땐 이미 양쪽 심장혈관에 각각 1㎝가량의 큰 동맥류가 생긴 상태였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윤용수교수는 "가와사끼병은 병 초기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지만 어린이에게만 생기는 병이라 어린이 환자를 많이 경험하지 않으면 이 병을 의심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수시로 배꼽 주위의 통증이 발생하는 '만성반복성 복통'도 4~15세 연령에서 나타나는 병.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김경모 교수는 "이 또래 어린이의 10%나 경험할 정도로 흔한 이 질환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복통에 대한 치료를 안하는 것이 좋다"며 "섣부른 복통치료는 재발율을 높일 뿐"이라고 조언한다.

악성종양(암)도 어린이와 어른은 종류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성인은 위암.간암.폐암 등이 흔한 반면 어린이는 주로 백혈병.뇌종양.신경모세포종.윌름씨종양 등이 문제가 된다. 이 중 특히 신경모세포종.윌름씨종양은 어른에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는 암이다.

◇같은 병, 다른 원인과 치료= 어른.어린이 모두에게 흔한 '변비'만 하더라도 원인과 치료법이 다르다. 어린이는 대부분 변을 참다가 생기는 반면 어른은 장운동이 떨어지거나 항문괄약근의 조화가 깨져서 생긴다. 김교수는 "어린이는 변을 쉽게 보도록 도와주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몇 달에 걸친 습관교정을 해줘야 하며 어른에서 사용하는 장운동 촉진제 등은 거의 불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췌장염만 하더라도 어른은 과음이 원인인 반면 어린이는 볼거리같은 바이러스감염이나 패혈증.쇼크.염증성 대장염 등 전신질환으로 발병한다.

정서적 반응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스트레스나 고통을 받을 때 두세살 된 어린이는 잠투정이 많아지면서 먹는 양이 준다.

초등학생들은 또래와 못 어울리고 나이에 안맞는 어리광을 부리며, 청소년들은 반항을 하거나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치료도 어른은 약물복용과 상담을 주로 하는 반면 어린이는 놀이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

◇성장기 땐 성장.발육.신체변화 검진이 필요=성장기 땐 신체적 성장.발육.변화가 또래에 맞게 이루어지는지 소아과 전문의에게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건강한 어린이라도 어릴 때 예방접종을 맞을 때마다 키.몸무게 등을 측정하고 발달 상태를 진찰 받도록해야 한다는 것.

2차 성징(性徵)이 일어나는 사춘기땐 1~5단계에 이르는 성(性) 성숙의 점검도 필요하다. 남자는 고환.음경.음모 등을, 여자는 유방.음모.초경.생식기의 변화를 적어도 1년에 한번은 체크해 이와 관련된 질병을 조기 발견.치료하도록 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