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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임신부, 아스트라 권장 안해"…美CDC는 "본인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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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임신부. 중앙포토

임신부. 중앙포토

식품의약품안전처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 1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임신 기간에 투여하는 걸 권장하지 않는다고 권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문단은 모유 수유 여성도 백신이 모유에; 섞어나오는지 알 수 없다며 사실상 미접종을 권고했다. 이에 앞서 질병관리청도 지난달 28일 "백신 개발과정에서 임상시험에 포함되지 않은 임신부는 접종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못박았다.

식약처 자문단, 임신부 임상시험 안했다고 접종 미권고 #미국 CDC "코로나 걸리면 조산위험 커지니 접종 권고" #오명돈 중앙센터장 "백신은 약물과 다르니 접종선택권을"

하지만 반대 주장도 만만찮아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임신부 접종을 권고한다. 이스라엘은 임신부 접종을 시작했다. 오명돈 중앙예방접종센터장 같은 국내 전문가도 접종 허용을 권고한다.

백신 접종이 가시권에 들면서 임신부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 인터넷 맘카페에는 "다음 달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는데, 임신부는 맞아도 괜찮을까요. 뱃속에 아가만 없어도 바로 달려가 맞고 싶은데, 출산 후로 미루면 내가 맞을 백신이 없을까 걱정이고"라고 글을 올렸다. 대부분 댓글은 임신부 제외 쪽에 의견을 같이한다.

식약처 김상봉 바이오생약국장은 "임신부나 모유 수유 산모의 위험을 판단할 자료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동향을 참조해 전문가들이 보수적으로 판단했다"며 "앞으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최종점검위원회를 거쳐야 하므로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뿐 아니라 화이자·모더나 등 어떤 백신도 임상시험 대상에 임신부를 포함하지 않았다. 태아 때문에 이중으로 조심할 필요가 있어 거의 모든 백신 임상에서 임신부를 뺀다. 근거 자료가 없어 전문가 판단에 맡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6일 백신 가이드라인에서 "감염 위험이 크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임신부가 아니면 접종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임신부는 임상시험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EPA]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EPA]

반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지난해 12월 말 "우선 접종 권고 그룹에 속하는 임신부(의사·간호사·간병인 등)는 접종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CDC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가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조산 등의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예일대 의대 아키코 이와사키 교수(면역학)와 박사과정 알리스 루-쿨리건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임신부나 수유 여성에게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위험보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위험이 훨씬 크다"며 백신 루머들이 여성에게 상처를 준다"며 고 주장했다. 이들은 "코로나 완치된 여성에게서 불임 근거를 찾지 못했고, 오히려 감염이나 접종 후 임신했거나 임상시험 동안 임신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도 최근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증상이 심해지면서 제왕절개나 조산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임산부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오명돈 센터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백신은 단백질 항원(인체 면역을 유도하는 물질)을 몸에 넣는 거다. 그게 태아한테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지 않는다. 약물과는 다르다"며 "안전하다는 데이터가 없으니 맞지 말라고 보수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감안해 당사자가 맞을 수 있는 순서가 됐을 때 선택권을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이 나왔을 때 임신부를 제외하면서 역차별 논란이 있었다. 이번에도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유수유

모유수유

 식약처가 수유 산모에게 사실상의 미접종을 권고하는 이유는 모유를 통해 백신 성분이 아기에게 건너갈 것을 우려해서다. 이 역시 근거 자료 없이 판단한 것이다. 화이자·모더나는 "데이터가 없다"고 설명한다. 오 센터장은 "백신을 통해 유전물질이나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가서 모유를 통해 아기한테 간다고 걱정하는데, 이론적으로는 그리되지 않는다"며 "독감 백신을 맞은 수유 여성의 모유에서 백신 성분이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신부는 독감 백신의 우선 접종 대상자다. 매년 적지 않은 임신부가 접종한다. 또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GC녹십자가 백신 임상시험을 할 때 임신부나 수유 여성을 넣지 않았지만 허가사항에는 '명확하게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투여한다'고 명시했다. 임신부는 2순위 우선접종 대상자였고, 28만명 중 약 10만명이 접종했다. 미국·영국·캐나다·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2순위였다.

엄마 태반을 통해 태아가 코로나19에 수직감염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외국에 3건 보고됐을 정도다. 분만과정에서 감염되는 경우는 더러 있다. 전병율 교수는 "개도국 분만실에 음압장치가 없거나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지 않아 신생아가 감염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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