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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SK맨 김강민 “구단은 가도 선수는 남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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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SK 20년차 김강민. 새 시즌 신세계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 [뉴시스]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SK 20년차 김강민. 새 시즌 신세계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 [뉴시스]

“선수들은 새로운 팀에 있으니까요.”

창단 첫 드래프트 멤버 현 최고참 #“코로나 어려울 때 야구 뛰어든 팀 #아쉬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외야수 김강민(39)은 인천 야구팬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SK 와이번스에 대한 추억은 간직하고, 대신 새로 바뀌는 팀을 사랑해 달라는 거다. SK는 올해 신세계 야구단으로 다시 태어난다. 선수단 최고참 김강민의 마음은 특별하다.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 야구장에서 전지훈련 중인 그는 “창단 첫 드래프트(2001년) 멤버인데, 어쩌다 보니 (SK) 야구단보다 더 오래 야구를 한다”고 말했다.

김강민의 말처럼 그는 구단 역사의 산증인이다. 2001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8순위로 SK에 입단했다. 20년간 뛰었다. 첫해(2000년)를 빼고는 쭉 SK에서 뛰었다. 창단 초 ‘주유소 유니폼’으로 기억되는 파란색 옷도 입어봤다. 최정(34) 다음으로 많은 1643경기에 출전했다. SK 선수로서 1762안타를  기록했다. 네 번의 우승(2007, 08, 10, 18년)에도 함께했다.

전지훈련 시작일(2월 1일)보다 먼저 제주에 넘어온 김강민은 개인훈련 중 구단 매각 소식을 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해프닝으로 여겼다. 나중에 사실로 확인하고 당황했다. 20년간 뛴 팀이다.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됐으니 섭섭한 마음이 없진 않다”고 말했다. 이별 다음은 만남이 오는 법. 그는 프로답게 준비한다.

김강민은 “선수들은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야구가 우선이다. 매각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도 그대로 훈련했다. 지난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 그룹이 야구단을 통해 여러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야구에 뛰어든 기업이다. 선수도 팬 서비스에 더 신경 쓰고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도 곧 떠나야 한다. 동갑내기 김태균·정근우는 지난해 은퇴했다. 별명인 ‘짐승’처럼 여전히 날렵한 수비를 선보이는 그는 “언제 그만둘지 몰라도, 새 유니폼을 입고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 연고 야구단은 삼미 슈퍼스타즈 이후 다섯 번 주인이 바뀌었다. 현대 유니콘스처럼 인천을 떠난 팀도 있었다. 팬들 마음이 착잡한 건 당연한 일이다. 신세계 그룹도 그런 팬들의 마음을 헤아려 인터뷰 배경인 백드롭에 ‘INCHEON(인천)’이라고만 썼다.

김강민은 “20년 동안 인천에서 SK 와이번스와 함께하신 팬들 마음을 안다. 그래도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다. 추억은 남았고, 선수들은 그대로다.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선수들과 자주 만나고, 응원해 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었지만) 마음 약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유니폼을 벗을 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서귀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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