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접종" 美플로리다 몰리는 백신 관광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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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관광'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주마다 백신 재고량이나 접종 기준이 다르다 보니 당장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원정 접종'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미 플로리다주의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 앞에 사람들이 줄 지어 서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9일 미 플로리다주의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 앞에 사람들이 줄 지어 서있다. [A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는 최근 몰려드는 '백신 원정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65세 이상이면 비거주자나 외국인도 별다른 규제 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어서다.

거주자 인증 없이도 접종이 가능하다 보니 백신만 맞고 떠나는 당일치기 국내 관광객은 물론 캐나다·브라질·멕시코 등 인근 국가의 외국인들도 플로리다를 찾는다. 아예 지역 관광과 쇼핑, 접종을 결합한 여행 상품도 있다.

이에 플로리다는 주민들에 우선 접종하기 위해 새 인증 정책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현장에선 아직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지난달 12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에 마련된 백신 접종소로 향하는 차량들. [AP=연합뉴스]

지난달 12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에 마련된 백신 접종소로 향하는 차량들. [AP=연합뉴스]

지난 한 달간 플로리다에서 백신을 맞은 비거주자만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다 보니 거주자가 관광을 온 외국인보다 접종 순위에서 밀리는 일도 생겨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백신 관광'이 백신 접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백신 관광객 상당수는 뉴욕, 뉴저지, 시카고 등에 거주하는 백인 부유층이다. 또 아르헨티나 TV 스타 야니나라토페, 멕시코 TV 프로 진행자 후안 호세 오리헬 등 외국의 유명인들이 미국에서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소셜미디어에서 자랑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또 '백신 관광'이 불공정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거주지로 돌아간 뒤 부작용이 생겨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사고가 생길 경우 법적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아서 카플란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윤리학 교수는 "부정확하고, 불투명한 정보와 오락가락 행정이 만든 현상"이라며 "백신 접종 체계를 바로잡을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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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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