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생계' 재산신고 거부 정의용 장남, 母 소유 빌라서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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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남이 전입 신고한 거주지가 정 후보자의 배우자 김모씨가 2000년 소유권을 이전받은 외조부 명의의 반지하 빌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부인 김씨는 이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고 장남 역시 26세부터 ‘독립생계’를 이유로 공직자 재산신고를 거부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1일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장남 A씨(47)는 2000년도부터 현재까지 고위공직자인 부친의 공직자 재산공개 때마다 고지를 거부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직계비속이더라도 경제적 지원 없이 생계가 가능한 ‘독립 생계자’로 구분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A씨는 지난 1998년부터 소득이 발생해 이듬해 1999년 정 후보자의 재산신고 대상자 범위에 처음 포함됐다. 하지만 같은해 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15평 반지하 빌라로 주소를 이전하면서 ‘독립생계’를 꾸리는 것으로 구분해 고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해당 빌라는 1994년부터 정 후보자의 장인이 소유하고 있다가 1999년 11월 정 후보자의 배우자 김씨에게 상속된 건물로 확인됐다. A씨는 모친 소유 빌라에서 거주하면서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고지를 거부한 셈이다. 김씨도 2000년 재산신고 내역에 부동산 소유권 취득과 매매대금 수입 현황을 기재하지 않았고, ‘사인(私人) 간 채권 증가 1억원’으로만 신고했다.

지 의원은 장남이 모친 소유 빌라로 주민등록을 이전하면서 재산고지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부동산 재태크와 증여세 회피 의혹을 제기했다. 장남이 거주한 신사동 빌라 건너편에는 맨션이 있었는데, 이 건물 1동은 정 후보자, 2동 101호는 외할아버지가 소유했기 때문이다. 길 건너편에 아버지와 할아버지 주택이 있는데 굳이 반지하 빌라에 전입해야 되는 사유가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당시 사회초년생이었던 A씨가 불과 1년 8개월 만에 반지하 빌라에서 압구정 40평 현대아파트로 이전하고 아파트 분양권도 취득한 점도 논란거리다. A씨는 2000년 8월 압구정 현대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겼고, 2002년에는 7421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한 서울 성동구 아파트 분양대금까지 완납했다.

지 의원실은 “A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부모의 도움으로 서울 소재 아파트를 구입하고 모친 소유의 강남 빌라에 거주하다가 40평 강남아파트로 이전했다”며 “외부 조력 없이는 불가능하며 비공개 부모지원이 의심되고, 이에 따른 증여세법 위반 의혹에 대해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 의원은 “정의용 후보자의 허위 재산신고는 그 자체로 법규 위반으로 공직자 결격사유에 해당하고, 그 목적이 자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이루어졌다면 스스로 장관 후보 자격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장남의 아파트 구입 비용, 모친 빌라 전입 이유, 강남아파트 거주 관련 자금출처와 계약관계 및 증여세 납부 내역 등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소명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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