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융기 소장 "피 한 방울만으로 모든 질병 진단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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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오믹스를 이용한 인간단백질 지도는 1% 정도 진척됐다고 봅니다. 앞으로 완성하는 데 15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2001년 2월 결성된 세계인간프로테옴기구(HUPO)의 초대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뒤 최근 재선된 연세대 백융기(사진) 교수는 인간지놈에 비해 프로테옴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단계여서 한국 연구진이 활동할 무대가 넓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질병유전단백체연구지원센터(BPRC) 초대 소장직까지 맡아 정신없이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최근 들어 한국인은 물론 3대 인종 혈액단백체에 대한 결과가 쏟아져나오고 있어 무척 흐뭇한 표정이었다.

-프로테오믹스가 한국인에게 어떤 이득을 주나.

"단백질은 형태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98% 이상의 질병이 단백질을 매개로 일어나고 있다. 표준혈액 단백질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형질을 발견하고, 신약개발까지 가능할 수 있다. 항암제의 경우 한국인의 형질에 맞춰 개량할 수 있게 된다."

-지놈과 비교해 차이는.

"DNA 염기가 한정돼 있는 지놈에 비해 단백질의 종류는 무한대에 가깝다. 인산기와 당이 붙는지 여부에 따라 기능이 다르고, 심지어는 암의 전이과정에 따라 같은 유전자에서 나온 단백질의 형태가 다르게 나타난다. 연구비가 지놈 프로젝트에 비해 1백배 이상 들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혈액단백질부터 정복하자는 것이다. 인간의 혈액은 쉽게 채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현상의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까지 프로테오믹스 발전 정도는.

"인간의 유전자를 2만6천~3만개로 보고 있는데 단백질의 종류는 30배인 1백만개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세계적으로 1만4백개 정도만 밝혀냈다. 그러나 생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절단백질은 아주 미세한 양으로 만들어진다. 이 같은 단백질까지 찾아낼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손에 잡히는 단백질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3년 이내에 5배 정도 증폭된 기술수준에 올라설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6~7년 내 혈액의 표준단백체 지도가 완성될 것이다. 피 한방울로 체내 이상 유무를 판별할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오고 있다."

-앞으로 HUPO의 일정은.

"이달 말까지 47개 컨소시엄이 그동안 3대 인종의 혈액단백질을 분석한 자료를 제출한 뒤 내년 5월까지 인간혈액에 대한 스페셜 프로젝트를 수행할 최상의 10개팀을 선정, 본격적인 혈액단백질 지도작성에 나설 계획이다. 핵심기술 개발을 제안한 우리나라 연구진도 이에 무난하게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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