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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와 반대로 해야 통과한다···박범계 직면한 3가지 시험대

중앙일보

입력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28일 0시부터 추미애 전 장관에게서 법무·검찰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박 장관이 야당의 비판처럼 '추미애 시즌2'가 될지, 전임자와 차별화된 새로운 면모를 보일지는 3가지 시험대 극복 여부에 달렸다.

이날 법조계에선 박 장관이 직면한 3개의 시험대를 ▶동부구치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 수습과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간부 인사 협의 ▶살아있는 권력 수사 중립 여부를 꼽았다.

① 법무부 취임식 대신 동부구치소부터 달려간 박범계

박 장관은 이날 취임식도 생략하고 첫 출근지로 과천 법무부 청사가 아닌 서울동부구치소를 택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셈이다. 이날 자정이 지나자마자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방역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오전 10시 동부구치소에 도착해선 "법무부가 관리하는 동부구치소에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수용자들의 인권적 측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교정시설 밀집 문제 해결을 위해 꼭 도와달라는 말씀을 문자로 전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의 행보는 추 전 장관이 지난달 정직 2개월 징계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 내쫓는 데 몰두하다가 동부구치소 누적 확진자가 1200여명에 이르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과 대결에 장관직을 내걸었던 추 전 장관과는 차별화를 꾀하는 지점이다. 박 장관은 당초 이날 오후 1시 30분 동부구치소 방문 일정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수용자 간담회 등이 길어지면서 법무부 과천청사 복귀 일정도 취소했다.

동부구치소 수용자의 한 지인은 "아직도 확진 수용자와 격리 해제 수용자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어 신임 법무부 장관은 이들에 대한 치료에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② 박범계식 '검찰 인사' 언박싱…윤석열과 협의하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박 장관의 또 하나의 과제는 이르면 내주 초 단행할 검찰 간부 인사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두 차례 검찰 인사에서 소위 '윤석열 라인'을 학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1일 마지막 평검사 인사에서 지난해와 달리 대검과 사전 협의를 거쳐 정권에 민감한 수사를 진행하는 수사팀에 대한 '학살' 인사는 하지 않았다.

박 장관은 이날 검찰 인사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인사 문제는 중요한 급선무"라며 "현황 파악을 시작했고, 일단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원칙과 기준에 대해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총장과 협의를 할 것이냐는 질의에는 "원칙과 기준을 가다듬은 뒤에 윤 총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에서도 박 장관이 윤 총장과 최소한 협의하는 모양새는 갖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 전 장관의 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컸던데다 검찰 출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중간에서 조율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검찰 간부 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중앙지검장이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을 경찰이 정식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 종결하도록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재수사에서 당시 택시 내부 블랙박스 영상과 택시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지리정보(GPS) 등을 확보함에 따라 특가법상 폭행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성윤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2019년 불법 긴급 출국금지 의혹 사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안양지청 수사팀의 추가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통상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고검장급부터 용퇴하는 관례도 있었지만 이번엔 이성윤 지검장을 포함한 추미애 전 장관 라인 검사의 고검장 승진을 막기 위해 "자리를 지켜달라"는 여론도 형성됐다고 한다. 검찰에서는 이 경우 이 지검장이 본인의 희망대로 중앙지검장에 유임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한 간부는 "추 라인의 선두 격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다른 지검장으로 이동하는 건 사실상 좌천 인사여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 고검장들의 용퇴가 없다면 이 차관이 사퇴해 현재 고검장 중 새 차관을 임명하고, 그 자리에 이 지검장이 가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③靑 겨냥 수사 막으려…秋처럼 수사지휘권 남발할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정문 부근에서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정문 부근에서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 장관도 청와대를 겨냥한다고 평가받는 수사에 관한 인식은 추 전 장관과 비슷하다. 박 장관은 지난 25일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이 검찰개혁을 원하는 이유는 검찰권의 남용이 있었고, 남용을 제어해야 할 검찰총장의 여러 직무상 지휘·감독권이 검찰권 남용과 함께 어우러진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라며 "당연히 제 식구 감싸기는 장관의 지휘·감독 대상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특히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단 비판도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도록 적절히 지휘·감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장관이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추 전 장관처럼 남발할지는 미지수다.

박 장관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에 대해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따르면 현재 상태에서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조직도 갖춰지지 않은 공수처에 사건을 넘기는 것은 수사를 방치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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