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료윤리위 "정부 줄기세포주 사용은 비윤리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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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와 철학자 등으로 구성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의료윤리위원회는 9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연구자금 지원 대상으로 승인한 배아 줄기세포를 사용해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 위험하고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의 저명한 과학자와 윤리학자, 변호사, 철학자 등으로 구성된 의료윤리위원회는 이날 연구목적의 줄기세포를 인간 치료에 사용하는 데서 유발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검토 끝에 이같이 발표했다.

위원회는 승인된 세포주(株)는 최초 쥐의 세포에서 자란 것이며, 이는 사람의 면역체계가 저항할 수 없는 한 동물 바이러스에 사람을 노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안전한 줄기세포주가 존재하지만 이는 연방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모든 세포 또는 조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만능세포인 줄기세 포가 인체 조직 어디에든지 이식될 수 있기 때문에 파킨슨병에서부터 당뇨병, 척수 손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의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줄기세포의 대부분이 산부인과에서 폐기처분된 배아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도덕적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에대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년 전인 지난 2001년 8월9일 이전에 배양된 것에 한해 연구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의 줄기세포 연구 지원책을 제한했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은 출산용 인간배아 복제는 물론 의학연구용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한 인간배아 복제까지 모두 금지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배아 줄기세포를 추출하려면 한 명의 인간이 될 수 있는 배아를 파괴해야 하기 때문에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을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종교계 등에서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초 미 국립보건연구원(NIH)의 엘리어스 제루니 원장은 당초 70개 이상의 세포주가 연구에 이용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던 것과는 달리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단 11개에 불과하다며 부시 대통령에게 제한조치의 철폐를 건의한 바 있다.

상당수 과학자들도 줄기세포 연구가 이같은 제한 조치를 받지 않는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마찰을 빚어왔다.

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존 기어하트 박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면서 "특히 미국 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볼티모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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