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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와 행정수도 세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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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문재인 정부가 기어코 세종보(洑)를 철거할 모양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최근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전면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세종보는 4대강 보 가운데 유일하게 도심에 있다. ‘행정수도’ 세종의 핵심 기반시설이다. 그래서 다른 보 보다 존재감이 훨씬 크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현 정부는 집권 몇 달 뒤인 2017년 11월 세종보를 연 뒤 4년째 방치하고 있다. “강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하고 보 때문에 강이 오염된다”는 게 이유다. 물이 없어진 금강은 모래사장과 수풀로 뒤덮였다. 강에는 물고기 대신 고라니가 뛰어놀고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348m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보)은 흉물이 됐다. 연간 1만 1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시설은 고철처럼 됐다. 1287억원을 써서 만든 세종보는 120억원을 들여 해체될 운명이다. 국민 세금이 눈먼 돈이라고 하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세종보 개방으로 물이 없어진 금강에서 고라니가 놀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보 개방으로 물이 없어진 금강에서 고라니가 놀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보가 썩고 있던 4년 동안 세종시 기반시설은 놀랄 만큼 풍부해졌다. 이들 인프라는 물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국립세종수목원과 중앙공원(52만㎡)이 문을 열었다. 세종수목원은 축구장 90개(65㏊)를 합쳐놓은 것만큼 크다. 두 시설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아 ‘세종판 센트럴파크’로 불린다. 사업비만도 3118억원을 썼다. 수목원과 중앙공원에는 하루 1600t과 4000t의 물을 공급해야 한다. 이 물은 금강에서 끌어다 쓸 수밖에 없다. 보 개방으로 강이 마르자 세종시는 물 구할 방법을 찾고 있다. 약 100억원을 들여 금강에 또 다른 물 공급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이미 세종시 호수공원에는 하루 최대 2만6700t의 금강 물을 갖다 쓰고 있다.

세종시에는 1000억짜리 관광용 다리도 생긴다. 세종보에서 상류 쪽으로 2.5㎞ 떨어진 곳에 오는 7월 완성되는 ‘금강 보행교’가 그것이다. 걷기 전용 다리여서 길이 1412m의 동그라미 모양으로 설계됐다. 금강 보행교가 제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금강에 물이 풍부해야 한다. 많은 시민은 보행교에 올라 물이 찰랑찰랑한 금강을 감상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올해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도 본격 추진된다. 중앙행정기관과 국회의사당까지 갖추는 행정수도의 강이 고라니 놀이터가 된 상황은 첨단 고속열차와 소달구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도시 발전과 강 관리는 ‘바늘과 실’ 관계다. 서울·런던·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는 강을 관리하면서 발전해왔다. 보, 댐 같은 구조물을 만들어 물을 담고 강 흐름을 조절하는 게 관리의 핵심이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세종도 마찬가지다. 세종보를 살리면 여러 고민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도 절약된다.

김방현 대전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