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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학의 출금 공익신고자 수사는 위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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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을 폭로한 공익신고자를 수사기밀 유출로 수사해야 한다고 몰아가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25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익제보라는 이름으로 야당이 받아서 야당발(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기본적으로 수사자료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익신고자를 ‘검찰 관계자’로 지목하며 “수사 관련자가 민감한 수사 기록을 통째로 특정 정당에 넘기는 것은 공무상 기밀유출죄다.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범계 후보자도 “소위 공익 제보 여부나 수사자료 유출 문제, 출국에 대한 배후 세력까지 포함해 장관으로 일하게 된다면 살펴보겠다”고 맞장구쳤다.

박범계와 여당, 기밀유출로 몰아가 #현행법 위반…부당하고 염치 없어

공익신고자보호법을 한 번이라도 곁눈질했다면 하나같이 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법상, 설령 공익신고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됐더라도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며(14조) 국회의원에게도 신고할 수 있도록(시행령 6조)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게 해서도 안 된다(12조). 그런데도 여당은 물론 법질서 확립과 인권 옹호가 주 업무인 법무부의 고위직까지 공익신고자 공격에 가세했다니 개탄스럽다. 더욱이 차 본부장은 이번 사건의 피고소인, 즉 수사 대상이다. 자중해야 할 당사자로서 고발 운운하는 게 적절한 처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후보자는 ‘내로남불’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윤회 문건’ 사건을 두고 야당의 진상조사단을 이끌며 “이 문건에 담겨 있는 내용의 진위, 진상규명이 제일 먼저”라고 당시 청와대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몰아간 걸 지적했었다.

근본적으론 여권의 공익신고에 대한 이중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 시절엔 제보자들을 ‘의인(義人)’으로 추앙했다. 집권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보자들은 감싸고 돌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지오씨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의 제보자 X다.

이에 비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주장을 하는 공익신고자는 매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은 ‘단독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나쁜 머리를 쓰는’ 이가 됐다. “순수한 공익제보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공익제보자들의 공익제보가 사실이 아니다”란 해괴한 논리를 폈다. 이번엔 더 나아가 한창 검찰이 수사 중인데도, 제대로 가동하려면 두세 달 걸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관하라는 주장까지 한다. 수사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공익신고자 보호를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던 정권으로선 참으로 부당하고 염치없는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