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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일 하겠다"며 의사당 난입…FBI에 아빠 신고한 아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의사당 난입 사건에 가담한 아버지를 10대 아들이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한 사실을 스스로 밝히고 나섰다. 가족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게 아들의 밝힌 이유다.

24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잭슨 레피트(오른쪽)가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해 아버지를 신고한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CNN화면 캡처]

24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잭슨 레피트(오른쪽)가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해 아버지를 신고한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CNN화면 캡처]

텍사스주 와일리에 사는 가이 W.레피트(48)는 지난 6일 의사당 난입 혐의로 FBI에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아들 잭슨 레피트(18)는 23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자신이 FBI에 아버지를 신고한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아들에 따르면 아버지 레피트는 수시로 "조만간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는 말을 해왔다고 한다. 아들은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스러웠다. '대단한 일'의 정체를 몰랐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가 '대단한 일'의 속뜻을 깨달은 건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뉴스를 통해서다. 현장 중계 영상에 찍힌 아버지는 푸른색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채 의사당 계단에 앉아 얼굴에 묻은 최루가스를 씻고 있었다.

지난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태 때 계단에서 포착된 가이 W. 레피트. 극우 민병대 ‘쓰리 퍼센터스’ 소속으로 밝혀진 그는 15일 FBI에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FOX4 뉴스 캡처]

지난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태 때 계단에서 포착된 가이 W. 레피트. 극우 민병대 ‘쓰리 퍼센터스’ 소속으로 밝혀진 그는 15일 FBI에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FOX4 뉴스 캡처]

아버지는 의사당 난입 사건 이틀 뒤 집으로 돌아왔다. 수사 당국의 추적을 받던 그는 가족들에게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갔고 의사당을 습격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경찰에 날 고발하면 내가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나를 고발하면 너는 반역자다. 반역자들은 총에 맞는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FBI의 수사망에 올라있던 그는 일주일 뒤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에게 체포됐다. 체포 당시 집에서는 AR -15형 소총과 스미스앤드웨슨 권총이 발견됐고, 그가 '텍사스 프리덤 포스'라는 우파 극단주의 민병대 소속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레피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신고한 데 대해 "내 가족과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양심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나쁜 일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가족을 위협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감정을 배제했고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떠받들던 극우 단체가 원망스러울 뿐"이라며 "아버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령에 조종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구금상태로 조사를 받는 아버지에 대해 "신고한 사람이 바로 나란 것을 알고 충격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잭슨 레피트는 23일 CNN 인터뷰가 화제가 되자 트위터를 통해 엄마와 여동생을 비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레피트 트위터 캡처]

잭슨 레피트는 23일 CNN 인터뷰가 화제가 되자 트위터를 통해 엄마와 여동생을 비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레피트 트위터 캡처]

아들이 신고 사실을 고백하자 어머니와 여동생은 충격을 받았고, 그는 집에서 쫓겨난 상태라고 한다. 레피트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회복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트위터에 "엄마와 여동생을 향한 비난을 멈춰 달라"는 호소를 달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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