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승] 불평등에 대해 블록체인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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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이대승’s 블록체인 헬스케어]코로나는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불평등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음식을 마음대로 주문해서 먹을 수 없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으면 학교에 출석하기도 어렵습니다. 온갖 자산들의 가격들이 급등하면서 자산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벼락부자도 아닌 벼락거지의 시대를 맞아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죠. 제한된 자원에 대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은 세상의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치열해지는 의료 자원 경쟁… 블록체인 활용 제안 나왔다?

의료 자원의 경우는 더욱 치열합니다. 마스크 대란이 있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2020년 4월, 프랑스에서 코로나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방에서는 미리 주문해 받기만을 기다리던 마스크가 마지막 순간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미국인들에 의해 빼앗겼던 일이 있습니다. 의료용 마스크가 부족해 의료진도 쓰지 못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했죠.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백신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뉴욕주에서는 백신을 먼저 맞기 위해 엄청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고, 주 지침을 어긴 채 거액을 내는 부유한 이들에게 먼저 백신을 배포하는 일들로 법적 처분이 있었지요. 필리핀 대통령은 미국이 최소 2000만 회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양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근거가 되는 협정을 종료할 것이라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어 지구 안에 있는 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확보하고자 하는 경쟁이 지금까지는 물밑에서 이루어져 왔다면, 이제 수면 위로 올라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코로나가 시작되고 전국을 강력히 봉쇄하면서 중앙 정부의 강력한 힘으로 자원을 배분해왔던 중국도 예외가 아닌 듯 합니다. 2021년 발표된 논문은 중국의 의료 자원이 얼마나 불균형하게 배치됐는지를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사용해 보자는 제안을 합니다. 

https://lh6.googleusercontent.com/XI_EL8yqWvIkQzbbNBGiv3Z6nV-iR9n1737boRbUuOKYBv7JNM5gyOOE08SAk4dMDKj1KYR4vvzXjOoioVp-yEK443FnZrFz57l7jkJYdArbQ6GQDmvOtZUKEhEe_mQuxWKr7h1Ohttps://lh4.googleusercontent.com/mIKyQezJHjxrIGxdymCDexxaVH_-U7J81DSPk__nKn5pV9O_zgysT2Jmfzq5fFL3YyphA8MXxIEtTU1IJMVNpuDBurUAM0V0uCwYvyLXw4AZuNrLQU_d4bs-mKg-hoQxoU-eii6Y

(중국의 서부(왼쪽)/중부(오른쪽)지역의 의료자원 분포, 출처: https://www.mdpi.com/2227-9032/9/1/52)

그림을 보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서부의 의료 자원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반면 수도인 베이징부터 내몽골 등이 분포하는 중부 지역은 엄청난 의료 자원 격차를 보입니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강력할 지라도 자원을 균일하게 분포시키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각 지방마다 통일되지 않은 정보 형태와 불투명한 자료 공유 때문에 이러한 불균형은 더욱 심해진다는 게 이 논문의 설명입니다.

https://lh5.googleusercontent.com/WfTiv6NvNjctSM0KodpjLmaBtGqVwx9bYd6UqUApI-SuPm4X2tA-5BqOazeCM8c68KaPjR-BAE3ff4zZB5HHxhfME9VgKoxW1zleZPREUI5PjcUEOpcHWsZ75-xrIscG6_YvZibp

(블록체인을 기반으로하는 의료 자원 분배 메커니즘, 출처: https://www.mdpi.com/2227-9032/9/1/52)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추적용이성·안전성·익명성을 기반으로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는 처리 기술 및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들을 사용해 지역별로 산발된 자원 관리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 각기 다른 부처들과 기관들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제언입니다. 중국의 현재 의료자원 분배 시스템에서 부족한 부분들은 모두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통해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 말하면서요.

#블록체인이 던지는 질문

블록체인은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더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소통함과 동시에 투명하고 정직하게 대해야 한다고요. 

거대한 디지털 전환 및 AI(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아 세상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SNS와 영상 통화에 비추어진 나의 모습과, 카메라 앵글 밖에 있는 현실의 차이는 더욱 커져만 갑니다. AI는 카메라 어플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을 바꿀 뿐 아니라, 세상에 없는 일, 심지어 세상에 없는 사람까지 만들어 각 사람들의 인지를 어지럽힙니다. 그리고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 활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사회적 격차를 더욱 벌려갑니다. 블록체인은 비록 아직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진실이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합니다. 코로나가 가져온 세상의 변화에 대해 블록체인이 던져온 질문과 보여준 가능성들은 이제 인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답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블록체인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이대승 안과 전문의, 한양대 IAB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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