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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해외 오피스 투자때 현지실사 의무화 …영업ㆍ심사 부서 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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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오는 3월부터 증권사가 해외 유명 호텔이나 오피스 등에 투자할 때 현지 실사를 거치지 않고는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특정 지역이나 자산으로 투자가 쏠리지 않도록 투자 한도도 설정해야 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가 국내·외 부동산 등에 대체투자를 할 때 지켜야 할 절차를 표준화(모범규준)해 3월부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대체투자란 주식·채권과 같은 전통 투자 외에 부동산·사회기반시설(SOC) 등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들 대체투자 모범규준 마련 #3월부터 투자한도 설정해 쏠림 방지

새롭게 마련된 모범 규준에 따르면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증권사는 현지 실사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예컨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지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도 현지 실사를 생략하지 않고 대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증권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외부 전문가로부터 투자 자산에 대한 감정 평가와 법률 자문을 받도록 했다.

증권사 해외 부동산 투자 빨간 불 

부동산은 대체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22개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48조원이며 그 중 부동산에 투자된 자금은 23조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증권사들이 전통적인 투자처에서 벗어나 해외 오피스와 호텔 등에 투자를 확대한 결과다.

하지만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체 투자에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 증권사의 대체 투자 총액(48조원) 중 약 16%인 7조5000억원이 손실을 낼 위기다. 이중 30%(2조3000억원)는 파생결합증권(DLS)로 개인 투자자(법인 포함)에게 판매됐다. 부실 징후가 이어지면 개인 투자자도 원리금 연체 등 손실을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증권사에 대체투자 실태를 자체 점검하도록 했고, 금융투자협회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친 끝에 증권사별로 제각각인 대체 투자 절차를 표준화했다.

지역·자산 쏠림 없도록 한도 설정

대체투자가 특정 지역이나 자산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규제도 마련됐다. 새 모범규준에 따르면 증권사는 특정 자산이나 지역으로 투자 자금이 쏠려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섹터 별 투자 한도를 스스로 설정하고 준수해야 한다. 이 한도를 초과해 투자할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승인과 함께 승인 사유를 문서로 남기도록 했다.

또 대체투자 영업과 리스크 관리 업무는 분리 운영하도록 했다. 부실 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업무간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D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역외 펀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등록된 펀드로 제한된다. 해외운용사의 경우 운용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이고 최근 3년간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곳만 참여가 가능하다.

모범규준은 법이 아닌 만큼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증권사를 포함한 민간 관계자들이 오랜 논의를 거쳐 스스로 만든 업계 표준인 만큼 잘 지켜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이나 규제로 투자 절차를 명문화하면 민간 산업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 스스로 기준을 마련하되, 이를 지키도록 장려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증권사가 내규를 잘 지키는지 들여다보겠다”고 설명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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