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퇴직연금 선진국, 대체투자 늘고 주식 비중 줄고

중앙일보

입력 2020.12.12 14:00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71)

동학개미 현상이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로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 pixabay]

동학개미 현상이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로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 pixabay]

2020년은 코로나 19로 상상도 못 한 어려움이 발생해 많은 고통을 안겨준 한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본 시장은 희망을 쏘아 올렸다. ‘동학개미’현상이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로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개인의 투자 적극성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연금 개미’의 퇴직연금 가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약 1조원이 넘는 적립금이 보험이나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겨갔다는 통계도 있다. 올해 들어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money move)’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투자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9년 기준으로 220조원을 넘기고 있다. 아래 〈그림1〉에서 보면 IRP 가입자를 중심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움직임이 일더니 올해 들어 이 변화가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럼 연금 선진국은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자. 〈그림2〉에서 보면 연금 선진국의 퇴직연금 상품 구성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원리금 보장형은 아예 찾아볼 수 없고 현금이 불과 3% 밖에 안 된다. 그리고 대체투자, 채권, 주식과 같이 실적배당형이 고루 포함돼 있다.

나아가 또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주식 비중이 점차 줄고 채권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그 이유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피하고 수익률은 낮더라도 안정적인 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연금자산 배분 비중을 살펴본 것이 〈표1〉이다. 여기서 보면 현금 비중은 10% 이하이고, 이것은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체투자의 비중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증가하고 있고, 주식의 비중은 네덜란드와 스위스를 제외하고 줄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채권투자 비중이 60%에 육박하고 있어 다른 국가들과 차이를 보인다. 이는 이들 국가의 안정 선호적 투자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연금 선진국의 퇴직연금 자산운용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원리금 보장형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이 자료의 핵심적인 의미다. 우리나라도 대체투자가 가능하다. 국내 상장 ‘리츠(REITs)’와 ‘인컴형 ETF’ 등이 그것이다. 인컴형 ETF란 채권이나 고배당주, 부동산, 리츠 등에 투자해 투자자에게 꼬박꼬박 분배금(배당금·이자·임대료 등)을 지급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해외의 퇴직연금 가입자라고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의 원금 손실 발생의 위험이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그들은 자본시장의 발전을 믿고 실적배당형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고민은 어느 상품에 얼마나 자신의 적립금을 할당할까일 것이다. 우리처럼 원금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원금 사수에 목을 매는 것은 원금을 지키기는커녕 물가상승률로 인해 적립금의 가치를 고스란히 까먹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퇴직연금 가입자는 지난 16년 동안 그렇게 자산운용을 해왔다.

코로나19는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돈을 넣어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오랜 방황을 끝내고 이제 제대로 가야 할 길을 찾은 것 같다. 퇴직연금의 본질은 “내 적립금을 가지고 나의 책임으로 국가의 세금 지원을 받아 투자를 통해 적립금을 키운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적배당형 상품 중심의 자산운용은 필수적이다.

아무튼 원리금 보장 일변도의 퇴직연금 자산운용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여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계기가 코로나 19라는 것은 씁쓸하다. 어쨌든 퇴직연금 자산증식의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 엄혹한 상황에서도 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조그만 희망으로 여기고 싶다.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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