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 내려놓고 광야로" 박영선 사의 표명 2시간뒤 文 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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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직원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한 당내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직원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한 당내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일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광야로 떠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사의 표명 후 오후 대전 청사에서 열린 중기부 확대간부회의와 ‘직원과의 마지막 대화’를 끝으로 중기부 장관으로서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에는 “정녕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떠나야만 하게 되었다”면서 이 같은 내용의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지난 654일 동안 자신의 임기 중 진행한 주요 사업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비대면 경제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며 “지난 한해 무려 12만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중소벤처 일자리 80만 시대를 열면서 재계 2위 규모 일자리로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때론 질주영선, 버럭영선을 꾹 참고 따라와 주신 직원 여러분께 뜨거운 사랑을 보낸다”며 “사상 최초로 소상공인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한 새희망자금, 버팀목자금. 신속한 지급을 위해 밤을 새우던 직원들 여러분의 노고를 잊지 못한다”고 격려했다.

“조금 전 사의 표명” 2시간 만에 개각

앞서 이날 오전 박 장관은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와 화상회의를 갖고 국내에 호흡기전염 질환 백신 생산공장을 설립해 백신 연구개발(R&D)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셀 CEO와 화상회의를 가진 후 이뤄진 조치다.

박 장관은 해당 일정을 소화한 직후인 오전 8시쯤 중기부를 통해 “조금 전 오늘 아침 사의 표명을 했다”고 발표했다. 보통 장관직은 후임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한 달여 동안 임기를 수행하는데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채 사임하는 건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지 2시간 만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기부 장관으로 내정하는 개각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당초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직후 일부 개각하려고 했는데 박 장관이 중소기업 버팀목 자금 지원과 수출보고대회 등 마지막 결실을 보고 싶다며 일정을 미뤄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21일 본격화하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우상호 의원과 맞붙게 된다.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마치고 활동 중인 우 의원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중기부에서 소상공인 등을 우군으로 얻은 만큼 불리할 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향한 열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어느 자리에 있던지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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