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생리 연간 4회로 줄이는 피임약 승인

중앙일보

입력

여성의 생리주기를 늘려 생리를 한 달에 한 번이 아닌 석 달에 한 번, 연간 4회로 줄이는 경구용 피임약이 개발돼 지난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바 래버러터리스(Barr Laboratories)'사가 개발한 '시즈널(Seasonal)'이라는 이 약은 난소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 프로게스테론 성분이 약하게 포함돼 있고 생리주기를 억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기존의 피임약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기존의 피임약이 매달 먹는 방식인 것과 달리 시즈널은 12주 연속 실제 약을 먹은 뒤 1주일간 가짜약을 먹어 생리주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포장돼 좀 더 간편하다.

FDA가 이 약을 승인한 것은 제약회사의 선전처럼 생리주기 억제가 보다 일반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임상시험 결과 생리주기가 짧은 여성의 경우 시즈널을 사용할 때 생리주기 사이에 두 차례 정도 예기치 않은 출혈을 겪을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달 먹는 기존 피임약 사용 여성들이 첫 달에만 출혈을 겪는 것에 비해 좀 잦은 것이다.

이 때문에 시즈널의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여성 7.7% 가 복용을 중단했으며 이는 기존 피임약 여성의 복용중단 비율 1.8%에 비해 확실히 많다.

또 생리주기가 진행되면서 돌발적인 출혈이 줄어드는 경우에도 어떤 여성들은 결국 연간 생리일수는 일반 피임약을 복용할때 보다 적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FDA의 스콧 먼로 박사는 "여성마다 이 제품에 다르게 반응한다"며 "어떤 여성에게는 제품이 완벽하게 듣지만 어떤 여성들은 생리주기 사이의 출혈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사용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배란 때마다 임신을 대비해 자궁내에 생성됐다가 매달 생리를 통해 배출되는 조직들이 과연 연간 4차례의 생리만으로 모두 몸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이에 대해 가족계획운동단체 '계획된 부모'의 바네사 컬린스 박사는 현대여성들은 여러 차례 임신과 출산, 수유로 생리를 적게 했던 옛날 여성들보다 일생 동안 더 많이 생리를 하는 셈이기 때문에 석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바 래버러터리스 사는 이 약을 오는 11월 중 의사의 처방전이 있을 때에 한해 시판 허용할 방침이다. 아직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 회사가 내놓고 있는 다른 피임약과 비슷한 1정당 1달러선이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량이 많은 등 각종 생리증후군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미국에만 250만명에 달하며 시즈널은 이런 여성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여성건강네트워크는 시즈널 지지자들이 생리를 억제하는 것이 건강에 더 좋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 소녀들에게 이런 메시지는 매우 어리석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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