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사병의 '효심', 아버지에 신장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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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현역사병이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신장 한 쪽을 이식했다.
'효심'의 주인공은 대전의 육군 모 부대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천봉(22.전북 익산시 영등동) 상병.

원광대 건축공학과 1학년을 마치고 지난 2001년 11월에 입대한 임 상병은 지난해 5월 아버지 진용(52.KT직원)씨가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전해들었다.

신장 기능이 악화돼 혈액투석을 받는 와중에도 가족 부양 때문에 직장에 나가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리지 못했던 그는 지난 5월 자신의 신장을 떼어 아버지에게 이식하기로 결심했다.

익산 원광대병원에서 조직검사와 혈액검사를 마친 뒤 '이식 적합' 판정을 받은 임 상병은 부대에 사정을 이야기해 지난 3일 '특별휴가 20일'을 얻어냈다.

휴가를 나와 친구들 만날 겨를도 없이 며칠 동안 여러 사전 검사를 마친 뒤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수술실로 들어간 지난 13일은 공교롭게도 임 상병의 22번째 생일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현재 임 상병은 일반병실, 아버지 임씨는 무균실에서 회복 중이다.

아들 생일에 미역국도 못 끓여 먹이고 남편과 함께 수술실로 들여보냈다는 어머니 정명숙(47)씨는 "아들이 휴가를 나오자마자 수술 때문에 정신이 없어 안타깝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다"면서 "수술을 무사히 끝낸 지금도 무균실에서 회복 중인 아버지한테 하루에 수차례씩 안부전화를 한다"며 아들을 대견해 했다.

오는 22일 특별 휴가가 끝남에 따라 부대로 복귀해야 하는 임 상병은 우선 국군병원에 입원해 몸을 추스를 예정이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가지고 주위에서 '효자 났다'는 등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아버지가 하루 빨리 회복돼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익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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