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초만에 못 피한다"...50대 운전자, 민식이법 2심도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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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호구역에서 10세 아동을 들이받은 50대 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기소된 A(57·여)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28일 오후 5시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도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승용차로 B(10)양을 들이받아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과속과 신호위반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민식이법이 시행된 첫날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과속과 신호위반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민식이법이 시행된 첫날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이 사고로 B양은 발목 안쪽과 바깥쪽의 복사뼈가 골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서 결과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승용차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피해자 출현 점에서 충돌시점까지 약 0.7초가 소요됐다. 당시 피고인 차량 속도인 시속 28.8㎞ 기준으로 위험 상황을 인지한 이후 정지에 필요한 시간은 약 2.3초, 정지거리는 13.2m로 추정됐다.

검찰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고,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A씨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을 잘 살펴야 했지만,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들이받아 크게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는 교통사고 지점을 시속 28.8㎞의 속도로 진행했고 사고나기 전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던 보행자가 없었다"면서 "이에 일시 정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를 인식 가능한 시점부터 충돌시점까지의 시간이 0.7초"라며 "(사고 당시) 피고인이 조향 장치나 제동 장치를 아무리 정확하게 조작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한편 지난해 3월 시행된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관련 규정을 일컫는다. 스쿨존에서 사고를 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시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사망 당시 9세) 군의 이름을 붙여 만들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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