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 의회점거 닷새만에..."내란선동" 트럼프 2번째 탄핵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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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해 상·하원 합동 회의를 중단시킨 지 닷새 만이다.

민주당, 트럼프 끌어내릴 결의안 2개 발의 #'수정헌법 25조' 발동 결의안과 탄핵소추안 #민주당 다수당인 하원서 무난히 통과될 듯 #바이든, 탄핵과 국정운영 조화 고심

임기 종료 전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결의안 2건을 발의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하는 결의안과 탄핵소추안이다. 두 안건에 대해 하원은 각각 12일과 13일 표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 하원의 민주당이 이날 발의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민주당 하원의원 210명가량이 공동 서명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에서 두 번 탄핵당한 대통령이 된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의 직무를 정지시키라고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통치 불능일 때 부통령과 내각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부통령이 대행으로 나설 수 있는 규정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를 선동해 대선 결과 승인을 막았다면서 '미국 정부에 대한 선동'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 반복적으로 자신이 이겼다는 허위 주장을 하고, 급기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지지자를 선동해 의회의 선거 업무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브래드 래펜버거 주(州) 국무장관을 협박해 "표를 찾아오라"고 종용한 혐의도 포함됐다.

탄핵소추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법, 폭력 행위를 부추기며 한 발언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싸우지 않으면 여러분에게 앞으로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의회로 행진해 힘을 보여주라고 말한 대목이다.

탄핵안은 오는 13일 하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재적 인원의 절반(217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민주당은 222석을 가진 하원 다수당인 만큼 탄핵소추안 가결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일주일 남기고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관한 결의안은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려 했으나 공화당 의원들 저지로 벽에 부딪혔다. 다음날(12일) 하원 본회의 표결에서 가결되면 펜스 부통령은 24시간 안에 이 조항을 발동할지를 밝혀야 한다. 현재로선 가능성은 작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 것이라고 '선전 포고'를 한 상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의회 점거 사태 이후 닷새 만에 처음 만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과 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나라를 위해 계속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종료 전에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민주당이 탄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은 탄핵 논의가 행정부 출범 초기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바이든 당선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백신을 접종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원에서 탄핵과 국정 운영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가를 놓고 의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은 국정 안정에 방점 

그는 "오전에 탄핵을 논의하고, 오후에 경기부양 논의가 가능한가"라고 반문한 뒤 "내게 최우선 순위는 첫째는 경기부양 법안 통과이고, 둘째는 경제를 재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 장관 인준과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법안 통과 등 원활한 국정 운영에 무게를 두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바이든은 의회 점거 사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고 당장 사임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탄핵을 공개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았다. 정부 출범 초기에 트럼프 탄핵을 놓고 공화당과 갈등하기보다는 협력 기조를 이어나가는 게 국정 안정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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