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폭설도 막지 못했다…22km 걸어 출근한 의료진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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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다 최악의 폭설까지 겹친 스페인에서 환자와 동료를 위해 눈길을 헤치며 출근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9일 스페인에 폭설이 내리자 밤새 22km 길을 걸어서 출근하고 있는 간호사. [트위터 캡처]

9일 스페인에 폭설이 내리자 밤새 22km 길을 걸어서 출근하고 있는 간호사. [트위터 캡처]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주말 스페인 의료진의 출근길 영상이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영상에서 이들은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쳐가며 병원으로 향했다. 도로 곳곳이 폐쇄되고 통근 열차가 멈추자 도보로 출근에 나선 것이다.

9일 스페인에 폭설이 내리자 밤새 22km 길을 걸어서 출근하고 있는 간호사. [@maraquinta트위터 캡처]

9일 스페인에 폭설이 내리자 밤새 22km 길을 걸어서 출근하고 있는 간호사. [@maraquinta트위터 캡처]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푸에르타 데 이에로 대학 병원에서 간호 보조사로 근무하는 라울 알코조르도 지난 9일 15㎞에 달하는 거리를 2시간 30분 동안 걸어갔다. 40cm 이상 쌓인 눈밭을 스키 폴대에 의지해 걸어가야 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병원에 갇혀 24시간 이상 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했다고 한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양심상 집에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빨리 가서 교대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차들이 눈에 갇힌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차들이 눈에 갇힌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길에 나선 건 알코조르 뿐만이 아니었다. 트위터에는 교대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밤새 22km 길을 걸어간 두 명의 간호사, 위급한 환자를 위해 등산화를 신고 빙판길을 달려간 의사 등 병원 종사자의 험난한 출근길 영상이 줄을 이었다.

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푸에르타 데 이에로 대학병원 흉부 외과 의사가 내리 눈을 맞으며 걸어서 병원에 도착했다. [트위터 @pmaese 캡처]

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푸에르타 데 이에로 대학병원 흉부 외과 의사가 내리 눈을 맞으며 걸어서 병원에 도착했다. [트위터 @pmaese 캡처]

인근 주민들도 의료진 돕기에 나섰다. 빗자루와 대야, 프라이팬까지들고 나와 병원으로 가는 길목의 눈을 퍼냈다. 덕분에 갈길 바쁜 구급차의 통행이 수월해졌다. 일부 주민은 사륜구동 자동차를 동원해 직접 의사와 간호사를 실어날랐다.

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거리가 눈으로 뒤덮히자 한 남성이 스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거리가 눈으로 뒤덮히자 한 남성이 스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들의 노력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자 살바도르 이야 스페인 보건부 장관은 “의료진과 주민들의 헌신과 연대에 깊이 감사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데 이에로 대학병원 간호사가 병원에 고립된 채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을 걱정하며 걸어서 출근하고 있다. [@pmaese 트위터 캡처]

스페인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데 이에로 대학병원 간호사가 병원에 고립된 채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을 걱정하며 걸어서 출근하고 있다. [@pmaese 트위터 캡처]

지난 8일 폭풍 필로메나가 강타한 스페인에선 마드리드를 포함한 전역에 50년 만의 폭설이 내렸다. 마드리드에는 50cm의 눈이 쌓이면서 1971년 이후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다.

10일 폭설에 고립된 환자를 이송하고 있는 스페인 의료진. [트위터 캡처]

10일 폭설에 고립된 환자를 이송하고 있는 스페인 의료진. [트위터 캡처]

이로 인해 4명이 목숨을 잃었고, 1500여명이 도로 위에서 12시간 이상 갇혀야 했다. 마드리드의 바라하스 공항은 폐쇄됐고,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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