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만 할 수 있는 일? 나도 해!" 중국 여성 택배기사의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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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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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로 세탁한 군복 바지가 5분도 채 되지 않아 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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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복판에서 물을 뿌리자 공중에서 그대로 얼어버렸다. 이곳은 중국에서 가장 추운 곳, 헤이룽장(黑龍江)성 모허(漠河)시다.

연평균 기온이 영하 5.5도밖에 되지 않는 모허시는 1년 중 7~8개월을 엄동설한 속에서 보낸다. 2020년 최저 기온은 영하 44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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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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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래도 괜찮네. 최저기온이 영하 30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두꺼운 패딩 바지·패딩 부츠·방한복을 갖춰 입은 그녀는 모허에 거주하는 25세 여성 택배기사 뤼후이(呂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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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그는 동료와 함께 영업소에서 전기차로 택배를 옮긴다. 다시 건물 안에서 수십㎏의 배터리를 들어 차에 싣는다.

극도로 추운 날씨 때문에 수증기가 승화해 공기 중에 빙무가 만들어진다. 지면에도 항상 살얼음이 끼어 있다. 그의 작업환경은 늘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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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후이는 전기차 시동을 걸며 택배가 영업점에 도착하면 반드시 정해진 시간 내에 배송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철에는 하루에 배터리 1개면 충분하지만, 겨울에는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배터리 소모 속도가 훨씬 빨라져 하루에 네다섯 개씩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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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루 평균 100건이 넘는 택배를 배송한다. 폭설 때문에 길이 막혀 밤 11시, 12시가 되어야 간신히 영업점으로 들어올 때도 있다. 그 시간에도 칼바람을 맞으며 화물을 다 분류해야만 집에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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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뤼후이는 낙천적인 성격이다. "택배 물량이 너무 많을 때에는 정말 숨도 안 쉬고 뛰어다니지만 그래도 배송이 늦었다고 불평하는 고객이 있다"며 "그럴 땐 고객의 말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나중에 천천히 설명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뤼후이는 "남편도 택배기사"라며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택배업계에서 5년 넘게 일하는 동안 여성 택배기사라고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성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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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65㎝, 몸무게 55㎏의 뤼후이는 식사량이 다른 여성들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10대 때 우리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산에 가 이것저것 캐오는데 아버지가 50㎏을 등에 지면 나도 같이 50㎏을 들었다"며 "하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었다"고 옛날을 회상했다.

모허시의 겨울은 오후 5시면 어둑어둑해진다. 전기차를 영업소에 반납한 뤼후이는 작업복을 벗고 다시 패딩으로 갈아입은 후 집으로 향했다. "2020년엔 새집도 샀고 차도 있으니 추위쯤이야 괜찮다."

참고=신화통신
차이나랩=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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