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개인차, 유전자 때문

중앙일보

입력

사람마다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은 유전자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정신병-행동유전학연구소의 정신과 전문의 존 히테마 박사는 의학전문지 '일반정신의학 회보'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 이같은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힌 것으로 의학전문 통신 헬스데이 뉴스가 31일 보도했다.

히테마 박사는 일란성과 이란성이 거의 반반인 173쌍의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유전자가 두려움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동일하고 이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모두 같지는 않지만 보통 형제자매보다는 동일한 유전자가 많아 유전자의 영향을 비교분석하는 데 자주 이용된다.

히테마 박사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 연구팀과 함께 이들에게 우선 '공포 조건화'(fear conditioning)학습을 시켰다.

즉 뱀, 거미 같은 공포를 유발하는 것들과 원, 삼각형 같은 두려움을 일으키지 않는 것들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이 중 특정한 영상을 보여줄 때만 동시에 가벼운 전기충격을 주었다.

따라서 이들은 전에 어떤 영상을 보았을 때 전기충격이 가해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영상을 다시 보았을 때 공포를 느끼도록 길들여지게 된다.

실험 결과는 일란성 쌍둥이들은 이란성 쌍둥이들에 비해 공포 조건화에 서로 비슷한 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응의 동일성은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히테마 박사는 지적했다.

히테마 박사는 정신질환의 하나인 불안장애의 50%가 유전자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하고 앞으로 앞으로 공포 조건화에 취약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유전자를 비교하는 방법을 통해 불안장애 소질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유전자를 찾아내면 불안장애 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히테마 박사는 덧붙였다.

두려움은 보통 부상이나 사고를 막아주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유 없이 공포를 느껴 정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상가에 들어갔을 때 두려움을 유발할만한 것이 전혀 없었는데도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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