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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의료컨트롤 타워 필요”…인권위 5년 전 보고서가 옳았다

중앙일보

입력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 뉴스1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에 일반 교정 행정과 분리되는 보건의료 전담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5년 전에 작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교정행정 시스템으로는 최근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의 코로나19 확진 사태와 같은 의료 문제에 대응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서 뒤늦게 관심을 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교정 의료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구금시설 수용자의 건강권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연구수행기관인 한림대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일반적인 교도 행정으로 구금시설 내 보건의료 문제를 다루기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산학협력단은 “일반 교도 행정 차원에서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조직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구금시설보건의료관리본부’(가칭)를 법무부 산하 기구로 설치하는 등 구금시설 내 의료시설이 별도의 단일 체계로 관리되는 방법이 제시됐다. 또는 ‘구금시설 의료지원단’(가칭)을 둬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교정시설 관련 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법무부 교정본부 의료과는 의료진이 1명(간호사)이고 행정 부서로 분류된다. 의료과장도 교정직 공무원이다.

“별도 의료조직 만들라”는 인권위 5년 전 보고서  

2016년 인권위 보고서에 의료관련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내용. 사진 인권위 보고서 캡처

2016년 인권위 보고서에 의료관련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내용. 사진 인권위 보고서 캡처

교정시설의 보건의료 의사 결정을 주도·통제할 수 있는 조직이나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인권위 제안의 핵심이었지만, 이 보고서 내용은 2018년 법무부 구금시설 의료정책 개선 권고에서는 빠졌다. 당시 인권위는 법무부에 수용자 1차 진료 강화, 야간·공휴일 등에 의료 공백 최소화 등만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보고서는 용역을 통해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주문을 내리기 전 참고하는 수준”이라며 “법무부에 전달되는 내용은 상임위원회 결정문밖에 없다”고 말했다.

“컨트롤 타워 없어 감염 확산”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보고서의 제언대로 교정시설에 보건의료 전문 조직이 생겼다면 최근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에 사태의 초동 대처가 더 효과적이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정시설 의료진 A씨는 “2016년 인권위 보고서에도 나오는 교정본부 내 의료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데도 아무 변화가 없다”며 “현재 교정본부 의료과는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등 행정 조직이다. 보건의료 컨트롤 타워만 있었어도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강광우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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