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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삼성동 부지' 조단위 개발이익금, 서울 전역이 나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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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개발'에 따른 이익금을 서울 전역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때 발생하는 기부채납금을 특정 지역에서만 독식하지 않고 나눠쓰는 것이다.

서울시 "공공기여 광역화 법제화 법안 12일 공표" #현대차 한전 부지 개발이익금, 서울 각 구에 배정 #재산세 부과 방식 놓고도 강남구와 서울시 대립

서울시는 7일 강남 지역 대규모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 기여금을 강북 등 서울 전역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여 광역화’ 법제화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강남 개발 이익에 따라 발생하는 기여금 사용 범위를 놓고 이런 방안이 마련된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들인 옛 한국전력 부지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오른쪽 아래가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오른쪽 아래가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 연합뉴스

 현대차는 2014년 한전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용도변경을 해주는 대신 발생하는 '조 단위' 기부채납금을 누가 어떻게 쓸 것인가를 놓고 관할구청인 강남구와 서울시가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는 "강남에만 이익이 집중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법제화 추진을 건의했고, 강남구는 "해당 자치구 내에서만 기여금을 쓸 수 있도록 한 현행법대로 하자"며 반대했다.

 결국 정부는 서울시의 손을 들어 줬다. 강남의 개발이익금을 서울 전역에 쓸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오는 12일 공표된다. 서울시는 강남 개발에 따라 발생하는 기부채납금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서울의 다른 지역에 사용할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됐다며 반겼다.

 공공기여금 배분이 모든 개발사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규모 유휴부지나 역세권 개발, 도시계획시설 복합화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적용된다.

 서울시는 “개발에 따른 공공 기여금이 강남에 집중되면서 지역 격차가 커지고, 강남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법 개정 필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 개발로 거둬들인 공공기여금 일부를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에 투입해 서울 전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강남에서 나오는 공공기여금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임대주택 등 조례로 정하는 시설 ▶기반시설과 공공시설 설치에 쓰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사용처는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결정하고 공공시설 등 설치기금을 마련해 운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번 법 시행에 맞춰 조례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공공기여 광역화' 실행을 통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매봉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

서울 매봉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

 이와 별도로 재산세를 놓고 여당과 서울 강남구 등이 갈등하고 있다. 재산세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매겨지는데, 최근 집값이 폭등하면서 강남 지역 구의 재산세 수입이 크게 불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구별로 차이가 나는 세입격차를 줄이기 위해 재산세를 공동과세해왔다. 서울의 25개 구청이 재산세를 거둬들이면 이 중 50%를 서울시 분으로 받은 뒤 다시 각 구에 배분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이 공동과세분을 현행 50%에서 60%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에서도 구별로 세수 차이가 크게 나니 재산세 공동과세분으로 불균형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강남구는 발끈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해 말 "공동과세가 올라가면 자치구의 서울시 의존도를 높여 자생력이 떨어진다"고 반발했다. 정 청장은 “이미 연간 2000억원 넘게 다른 자치구를 위한 재원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청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서한문을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와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등에 보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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