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길 곳곳엔 눈사람, "폭설에 배달시키기는 살인"…‘기습 폭설’ 희비

중앙일보

입력

7일 오전 지하철 1호선 열차 고장으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면서 청량리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함민정 기자

7일 오전 지하철 1호선 열차 고장으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면서 청량리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함민정 기자

지하철 고장 등으로 지각 속출 

전국적으로 폭설을 동반한 강력한 한파가 이어진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전국적으로 폭설을 동반한 강력한 한파가 이어진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지하철 곳곳에서 열차가 고장 나며 직장인의 지각 사례가 속출했다. 한파로 열차 문이 열리지 않는 등 고장이 나고 선로 전환기 일부가 얼었기 때문이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5분쯤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을 지나던 소요산행 열차가 고장 났다. 이 사고로 1호선 서울역∼청량리역 구간을 지나는 열차가 지연됐다. A씨(64·경기도 남양주)는 “오전 7시쯤 집에서 출발했는데도 지하철 고장으로 이미 1시간 지각이다. 언제 회사에 도착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하철 4호선도 말썽을 부렸다. 이날 오전 7시 48분쯤 동대문역을 지나던 당고개행 열차가 고장이 나 운행이 중단됐다. 직장인 박모(43)씨는 “오전 8시에 집에서 나왔는데 2시간이 가까이 된 지금까지 지하철 안에 있다”며 “다음 열차가 와도 탑승을 못 할 정도로 열차 내부에 사람이 꽉 찼다. 역마다 열차 정체 방송이 계속 흘러나온다”고 상황을 전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30분 걸리던 거리를 1시간 걸려 도착했다”면서도 “폭설로 출근 시간이 오전 10시로 평소보다 늦춰져서 지각은 면했다”고 말했다.

광역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버스가 도로 위에 멈춰 서면서 일부 버스정류장에선 사람 수십 명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B씨는 “지역 사정상 지하철이 없어 버스만 타야 하는데 도로가 막히면서 버스에서만 2시간 넘게 있었다”고 말했다.

6일 오후 11시 30분 버스 9401번 상황. 사진 카카오버스 캡처

6일 오후 11시 30분 버스 9401번 상황. 사진 카카오버스 캡처

전날(6일) 오후 갑작스럽게 많은 눈이 내리면서 도로가 마비된 퇴근길은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오후 11시 30분 버스 정보 애플리케이션(앱)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성남을 오가는 9401번 버스는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에 묶여 버스정류장 5구간에 버스 30대가 몰려 있었다.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 종로구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평소 1시간이면 가는 길을 폭설로 퇴근하는 데만 4시간이 걸렸다”고 혀를 내둘렀다.

“눈사람 만들었어요” 쏟아진 인증샷

영하 20도의 북극 한파가 몰아친 7일 오전 수원 권선동의 한 아파트에 주민이 만든 눈사람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영하 20도의 북극 한파가 몰아친 7일 오전 수원 권선동의 한 아파트에 주민이 만든 눈사람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폭설에 따른 다양한 반응이 올라왔다. 6일 인스타그램에는 ‘#눈사람’ ‘#썰매’와 같은 해시태그를 붙인 사진이 쏟아졌다. 서울 한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각자가 만든 눈사람을 자랑해보자”는 글이 올라와 대학생이 자기가 만든 눈사람 사진을 찍어 공유하기도 했다. 30대 주부 이모(여·경기도 용인)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갇혀 있던 아이를 데리고 나가 눈사람을 만들며 오랜만에 신나게 놀았다”며 “간만에 외출로 들뜬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씁쓸했다”고 말했다.

‘출퇴근 대란’이 발생하면서 정세균 국무총리 등 관계 부처장에겐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 SNS에 “교통 대란이 없도록 제설 작업 긴급 지시를 내렸다”고 밝힌 정 총리의 글에는 “긴급문자 1통이 없었다”, “제설작업 지시가 더 빨랐어야 했다”, “엉망진창인데 제설 작업한 게 맞냐”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경기도 각 지역 지자체장의 SNS에도 “10분 거리를 1시간 동안 벗어나지 못했는데 도대체 어디를 제설한 거냐”는 불만이 터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퇴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오늘(7일) 퇴근 전까지 제설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정체로 인한 배달 사고도 이어졌다. 6일 배달 앱 ‘배달의민족’ 측은 기상악화로 인한 주문 지연 관련 공지를 띄워 이용자 불만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SNS에는 “배달이 너무 안 온다”, “두 시간 넘게 (배달을) 기다리고 있다”는 글이 이어졌다. 여기엔 “이런 날 왜 배달을 시키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폭설로 교통사고 우려가 커지자 배달기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폭설로 곳곳에서 라이더(배달원)가 넘어지고, 경사가 가파른 언덕에 고립돼 있다. 지금 배달 일을 시키는 것은 살인과 다름없다”는 긴급 성명을 6일 발표했다.

채혜선·함민정·권혜림·김지혜·최연수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