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 국적이 중국? 바이두의 역사 왜곡 딱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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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윤동주를 검색하면 국적을 ‘중국(中國)’으로, 민족을 ‘조선족(朝鮮族)’으로 표기(빨간색 밑줄 친 부분)하고 있다. 사진 서경덕 교수팀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윤동주를 검색하면 국적을 ‘중국(中國)’으로, 민족을 ‘조선족(朝鮮族)’으로 표기(빨간색 밑줄 친 부분)하고 있다. 사진 서경덕 교수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30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가 시인 윤동주의 국적을 중국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중국 유학 중인 한인 청년이 윤동주 관련 정보가 바이두에 잘못 기재됐다고 알려왔다”고 전하며 “중국의 역사 왜곡에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정확히 알려줘서 올바르게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0일은 윤동주 탄생 102년이다. 이날 현재 바이두 백과사전을 확인해보면 윤동주의 국적은 ‘중국’으로, 민족은 ‘조선족’(朝鮮族)으로 각각 표기하고 있다.

또 윤동주의 생가가 있는 중국 지린(吉林)성 옌변(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 마을 입구 표석에는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 적혀 있다.

서 교수는 “중국 지린성 옌변조선족자치주 룽징 마을에는 윤동주의 생가가 있는데, 입구 표석에 ‘중국조선족애국시인’이라고 적혀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기 나라를 사랑한다는 뜻의 애국(愛國)인데 표석에는 중국을 사랑한 조선족 시인이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변(延邊)조선족자치주 룽정(龍井) 마을의 윤동주 생가 입구에 있는 표석 문구. 사진 서경덕 교수팀

중국 지린(吉林)성 옌변(延邊)조선족자치주 룽정(龍井) 마을의 윤동주 생가 입구에 있는 표석 문구. 사진 서경덕 교수팀

이밖에도 서 교수는 윤동주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 이봉창과 윤봉길의 국적을 ‘조선’(朝鮮)으로 민족은 ‘조선족’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관순과 김구, 안창호, 이회영, 홍범도 등의 국적을 ‘한국’으로 올바로 표기했으나 민족은 표기하지 않았고, 신규식은 국적 부분이 없고 이동녕은 국적과 민족 부분을 빈칸으로 놔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두는 올해 11월까지 백과사전에 안중근과 김구를 ‘조선족’으로 표기했다가 한국 측 요구를 받고 수정했다. 중국 소식통은 이러한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해당 기업과 부처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도 조선족으로 표기된 것을 지난달 수정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바이두 백과사전이 김치를 중국식 절임채소인 파오차이(泡菜)라며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잘못된 정보를 올린 것에 항의해 온 서 교수팀은 바이두에 윤동주와 독립운동가들의 표기 오류를 지적한 항의 메일을 보내고 중국의 지속적인 역사 왜곡에 맞서 ‘글로벌 한국 역사 홍보 캠페인’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한국 정부 측도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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