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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격리 요양병원 비명 "이러다 다 죽는다, 제발 빼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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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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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내일 중환자 병실로 이송하지 않으면 4~5명이 숨질 위험이 큽니다. 제발 환자 좀 빼내주세요.”

전국 요양병원 집단감염 속출 비상 #당국, 코호트 격리만 하고 치료 방치 #“중증 확진자 치료할 약·장비 없어 #간병인·의료진도 확진, 수발 못해”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의 한 의료진은 27일 오후 간곡히 호소했다. 기자와 통화하기 1시간 전에 80대 환자가 숨졌다며 침통해했다. 사흘 전 이 환자를 위·중증 환자 리스트에 올려 이송을 촉구했지만 소용없었다. 그새 혈중 산소포화도(정상은 95 이상)와 혈압이 뚝뚝 떨어졌고, 소변이 나오지 않다가 끝내 숨졌다. 이 병원의 두 번째 사망이다.

미소들요양병원에는 15일 첫 확진 발생 이후 이날 오후까지 157명이 확진됐고, 현재 60명이 남아있다. 위·중증 환자가 10명이다. 이 의료진은 “혈액·X레이 등 검사를 할 수 없어 환자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며 “해열제·덱사메타손(스테로이드제제)·산소 처방 외에는 할 게 없고 렘데시비르(코로나19 치료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진료 경험이 없을뿐더러 인공호흡기도 없어 위증 환자를 치료할 여건과 실력이 안 된다”며 “조기 이송밖에 없는데, 그게 안 되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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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병원 감염자의 절반가량이 간병인과 직원이라 환자를 수발할 사람이 없다. 욕창 방지를 위해 체위 변경을 해야 하고,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이 의료진은 “코호트 격리한 뒤 환자를 적정한 시기에 다른 데로 이송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확진자가 157명으로 늘었다. 나도 12일 갇혀서 환자와 씨름하다 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잔다. 머리가 멍하다”고 말했다.

전국 요양병원·요양원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 이곳 환자를 이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시설이 코로나19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 경고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대책을 소홀히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요양병원·요양원에서 숨진 코로나19 확진자가 46명에 달한다(27일 0시 기준).

경기도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 12일 코호트 격리 이후 164명이 확진됐고 32명(7명은 이송 후 사망)이 숨졌다. 27일 현재 42명의 확진자가 병원에 남아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 이후 경기도에 계속 병상을 요청하고 있지만 병상 부족 때문에 사망자가 계속 나온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미소아침요양병원의 한 요양보호사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다 동료 3명과 함께 감염됐다. 그는 “동료 간병인과 어르신 20명을 24시간 돌봤다. 간병인도 환자도 모두 감염됐다”고 했다. 그는 “확진 환자 대소변을 받아내고, 휠체어에 앉혀서 재활치료 다녀오는 과정에서 내가 감염됐다”며 “확진된 후에도 11일간 확진 환자를 돌봤다”고 말했다.

김동현 한국역학회장(한림대 의대 교수)은 “2~3월 청도대남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을 겪었다. 그 후 요양병원 등의 대규모 감염에 대비하자고 그렇게 외쳤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며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그냥 ‘방치’해 뒀다. 어떠한 지침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설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예비 의료인력과 간병인력을 조기에 투입하고, 신속히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분리해야 한다. 와상·정신병·신장투석 여부를 따져 간병인력이 지원되는 치료시설로 이송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최모란·김민욱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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