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 '아름다운 벼룩시장' 수익금 불우환자에 전달

중앙일보

입력

대구에서 처음 열린 ‘아름다운 가게’가 넉달째 입원중인 환자 한사람에게 희망의 길을 열었다.

영남대의료원은 16일 오후 내과 병동에 입원중인 오상훈(70)씨에게 병원비 전액에 해당하는 1백73만원이 적힌 기금증서를 전달했다.

이 돈은 지난 1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의료원 남쪽 정원에서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개최한 아름다운 가게(벼룩시장)가 마련한 수익금 중 일부.

증서를 받아든 오씨는 “이렇게 고마울 데가 어디 있느냐”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씨는 지난 2월부터 당뇨와 뇌에 물이 차는 병(수두증)으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적지 않은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정도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매달 정부보조금 30만원과 후원금 4만원을 받고 폐박스를 모아 팔며 아내와 함께 힘겹게 살아왔다. 오래 전 중·고교에 다니던 두 아들마저 불의의 사고로 숨져 의지할 곳조차 없었다.

오씨에게 전달된 기금은 의료원의 적극적인 협조로 마련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재단과 벼룩시장을 개최한다는 소식에 의사·간호사 등 20여명이 앞다퉈 서류가방·핸드백·액세서리·옷·기념품 등 1백여점을 깨끗하게 손질해 내놓았다. 여기에 아름다운 재단이 전국에서 기증받은 동화책·옷·CD 등이 보태졌다. 판매가는 개당 5백원∼5천원선.

시장이 열리자 ‘나눔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병원 직원과 환자 보호자로 붐볐고 삭막하던 병원은 시장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사람 냄새를 풍겼다.

그날 벼룩시장이 문을 닫자 국회의사당 등지에서 지금까지 32회 개최된 벼룩시장 중 최고금액인 2백20여만원의 수익금이 생겼다.

해외여행중 구입한 찻잔 받침을 내놓은 문한구(49·소아과)교수는 “나의 기념품이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돕는데 사용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의료원 직원 최선호(41)씨는 “책·서류가방과 핸드백 세개를 2만5천원에 샀다”며 “필요한 물건도 사고 소외된 이웃도 도울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