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처방, 부작용 걱정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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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폐경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맞을 것인가? 평균수명 증가로 이 시대 여성들은 폐경기를 평균 30년 이상 보내야 한다.

지난 5월 24~28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선 행복한 폐경기를 맞기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제6차 유럽폐경기학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폐경 문제 해결책을 알아본다.

◇갱년기 변화

폐경은 여성의 상징인 생리가 없어지는 현상.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10분의 1 이하로 떨어져 안면홍조.질 건조.성교통.불면증.골다공증 등 각종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그동안 의학계에선 폐경여성에게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실시했다.

가장 흔한 치료법이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을 함께 복용하는 것. 단 자궁제거 수술을 받은 경우엔 에스트로겐만 복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원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복합 제제를 함께 장기간 복용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성인 심장병.뇌졸중.혈액응고 질환이 만명당 각각 8명.7명.8명.18명이 더 증가한다는 부정적인 연구결과(WHI)를 내놓았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던 것. 물론 치료를 중단하면 갱년기 증상은 다시 나타난다.

◇치료 현황

WHI 연구를 주관했던 자크 루소 박사는 "호르몬 치료는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됐지만 갱년기 증상 개선이나 골다공증.대장암.직장암 등의 발병을 줄이는 등 긍정적 측면도 많다"고 발표했다.

이번 학회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사실은 체형.생활습관 등이 미국과 전혀 다른 국가에서 WHI 연구결과를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또 실제 발병 위험수치도 만명당 10명이 채 안돼 연구결과가 지나치게 확대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폐경협회 데이비드 발로 박사는 "유방암 발생은 출산 경험이 없거나 모유를 안 먹인 여성, 불임 여성 등 여러 조건에서 증가한다"며 "실제 발생위험이 호르몬 치료때는 1.27배에 불과하지만 불임치료를 받을 땐 3.5배나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회에서는 특히 호르몬 대체요법의 장점으로 성생활 개선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탈리아 밀라노 산부인과 및 성의학 센터 알레산드라 그라치오틴 박사는 "폐경여성도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선 윤택한 성생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별 맞춤 치료가 대안

결론적으로 폐경여성을 위한 치료는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치료를 포기하기 보다 개인의 건강상태.가족력.검사결과 등을 고려해 개인별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즉 치료 약의 종류.투여 용량.투여 방법.투여기간 등을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치료로 인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 산부인과 메리 안 럼스덴 박사는 "호르몬도 제품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같은 제품이라도 먹는 대신 붙이는 패치를 사용하는 등 투여방법을 달리하면 부작용이 거의 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호르몬 제제와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미국 미주리대 생물학과 그레고리 에 반스 교수는 "문제로 지적된 유방암.심혈관계통 등에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합성 호르몬 제제를 사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고 밝혔다. 물론 갱년기 치료를 받을 땐 유방암 검사 등 필요한 검사를 정기적으로 꼭 받아야 한다.

이번 학회에 참석한 부산대 의대 김원회 교수는 "폐경여성도 젊은 사람처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본인에 적합한 각종 치료제와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야채.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건강한 식생활도 병행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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