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IT=생물정보학…지놈지도 해독할 `나침반`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미국 국립인간지놈연구소(NHGRI)가 발표한 99.99% 완성도의 인간지놈지도.

인체의 숨겨진 모든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는 30억쌍의 DNA 염기서열로 이뤄진 난수표에 불과하다. 용량으로 따지면 3기가바이트 정도로 백과사전급 서적 1천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 정보량 이상이라는 점이다. 지놈에 들어 있는 인간의 유전자가 대략 3만개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세상에 밝혀진 유전자는 1만여개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최근 들어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ormatics)로 불리는 생물정보학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난수표를 해독해줄 유용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정보학이란 생물학과 전산학.물리학 등이 응용돼 접목된 학문으로 최근들어 지놈 등 생물정보의 양이 방대해짐에 따라 최근 탄생한 학문영역이다. 쉽게 말해 지놈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생물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는 포항공대 남홍길(생명과학과)교수는 "대량의 데이터에서 생물학적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데이터 가공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인간뿐 아니라 수많은 종의 생물정보를 비교하기 위해서도 슈퍼컴 등 컴퓨터의 힘은 필수"라고 말했다.

생물정보학의 연구분야는 우선 DNA의 염기서열을 통해 유전자 부분과 비유전자 부분을 가려내 새로운 유전자를 밝혀내는 것이다.

또 DNA상의 단일염기변이(SNP) 정보를 축적, '맞춤의약'의 토대를 마련할수 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각 조직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종류와 역할, 상호작용을 모아 생명체내 복잡한 유전적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것.

생물정보학의 연구 결과는 곧바로 재산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화여대 박현석(컴퓨터학과)교수는 "지금까지는 지놈 정보를 공유해 왔지만 해석부터는 곧바로 지적재산권으로 연결되는 만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모든 정보를 집대성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우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국가유전체정보센터.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보건산업진흥연구원 등에서 각각의 설립 목적에 맞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지만, 미국.영국 등에 비하면 종합적인 관리 면에서 한발 늦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