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약사 노바티스 다니엘 바젤라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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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 최대의 하천항구인 바젤. 교통 요충지로 손꼽히는 바젤은 옛부터 화학.제약 공장이 번성했던 공업도시다.바젤은 이런 전통이 이어져 '기적의 항암제' 글리벡을 탄생시킨 세계 7위의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둥지를 틀고있다.

노바티스는 전세계 1백40여개국에 7만2천여명의 종업원이 있다. 이 회사를 이끄는 다니엘 바젤라(49) 회장을 최근 만나 인구 20만의 소도시 바젤에 본사를 둔 이유를 물어봤다.

"1백년이 넘는 제약산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다.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10% 이상 저렴한 조세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노바티스는 글리벡으로 유명세를 탔다. 약값 조정에 불만은 없나.

"많은 나라의 정부가 약값 산정에 관여한다. 반면 그렇지않은 나라도 있다. 미국.영국.스위스 세나라의 규제가 적은 편이다. 의약품의 가격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실제 의료비용을 따져볼 때 병원비, 의사.약사.간호사에 들어가는 인건비 부분이 훨신 더 크다. 사실 의약품의 발달로 환자의 입원기간이 대폭 축소돼 의료비용을 줄여놓기도 했다. 대부분의 정부는 예산을 편성하는데 있어서 의약품에 대한 예산안을 줄이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우리같은 제약회사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

-세계 제약업계의 경기가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무엇 때문인가.

"우선 혁신이 사라졌다. 시장에 나온 신약의 수가 대폭 줄었다. 1995년에는 세계적으로 72개의 신약이 시장에 나왔으나 2001년에는 32개에 그쳤다. 게다가 잘 알려진 약들의 특허권이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 10년간 특허권 만료에 따른 영업손실이 2백억달러였다면 2007년까지 5년간 8백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앞으로 연구개발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일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기 하락에 대한 노바티스의 전략은 뭔가.

"지난 10년간 우리는 9가지의 신약을 시장에 내놨다. 제약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이다. 우리는 앞으로 2년간 5가지의 신약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또 주력 제품의 특허권이 만료되려면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전반적으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의 숫자가 늘어나고 그만큼 더 많은 약과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특허권 만료와 관련,신약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결국 제약회사는 문을 닫을 것이다. 노바티스는 세계에 퍼져있는 자회사 여러곳에서 제네릭 의약품(특허권이 만료된 제품의 카피약)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신약과 카피약에 대한 포트폴리오는 충분하다."

-지난해 연구개발비의 매출대비 비중이 13%에 이른다. 너무 과중한 것은 아닌가.

"60년대에는 비율이 9%인데 올해는 20%에 가깝다.노바티스는 지난해 연구개발에 28억달러를 사용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정선은 없다는 점이다. 이런 비율을 통해 이익을 올릴수 있다면 많은 돈을 쓰고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주들도 여기에 찬성하고 있다. 현재 한 의약품 개발에 쓰이는 비용이 8억달러 정도다. 최신 기술이 더 필요하고 이전보다 더 많은 연구기간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독성검사에서 출시까지 8년 이상 걸리는데 비해 노바티스는 7년 이내에 끝낼 수 있다.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스위스가 제약산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우선 전통을 꼽을수 있다. 예로부터 자원이 부족한 나라여서 화학과 제약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쌓였다. 바다도 없어 농업에서 지식산업으로 전환할수 밖에 없었다.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교육수준 또한 높아 인재가 풍부하다. 1백50년동안 스위스에 전쟁이 없었던 것도 번성할수 있었던 주요 요인이다. 게다가 우리는 유능한 다국적 인력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 바젤 본사만 해도 스위스인보다 외국인이 50%를 넘는다. 전세계에서 핵심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비법이 있나.

"채용할 때부터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교육배경과 지식, 사람을 대하는 기술 등을 눈여겨 본다. 이런 유능한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노바티스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을 갖춰야한다. 뛰어난 명성, 윤리기준 등이다. 두번째는 리더십의 개발이다. 우리는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하바드대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기적인 세미나와 과정을 통해 리더십은 물론 새로운 기술을 배울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합병한 회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번째는 경쟁적인 보상시스템이다. 이런 것 때문에 핵심인재들이 우리회사로 모여드는 것이다."

-전세계 시장 가운데 한국시장의 매력도는 어떤가.

"한국 시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은 전자산업이나 화학산업 등에서 세계 정상급의 업적을 이뤘다. 최근 LG생명과학의 항생제가 미국 FDA(식품의약국)를 통과했다. 노바티스가 한국에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잠재력 때문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언가.

"우선 진정한 변화를 이끄는 혁신이 계속돼야 한다. 두번째는 경쟁력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무래도 질좋은 신약의 개발이다."

◇ 바젤라 회장은 누구…

그는 어렸을 때부터 뇌막염.결핵 등을 달고 다녔다.

게다가 아버지와 두명의 누이를 모두 병으로 떠나보냈다. 상심한 소년은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소년은 마침내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총수로 우뚝 섰다. 바로 노바티스의 다니엘 바젤라 회장이다.

"누구보다 환자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그간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까 고민했다. 10여년간의 성공적인 의사생활을 접고 제약회사로 뛰어든 것도 환자에게 혁신적인 신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 노바티스의 전신인 산도스 미국지사 영업담당으로 입사했다. 그에게는 환자에 대한 '더운 가슴'과 의사로서 '냉철한 머리'가 있었다. 그는 혁혁한 실적을 올리며 마침내 95년 산도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96년 스위스 시바가이기와 합병을 주도하면서 '거함 노바티스호'의 선장에 올랐다. 그는 노바티스의 초대 CEO를 맡은 이후 현재까지 비약적인 성장신화를 일궜다.

경쟁업체들이 대부분 매출 감소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10%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바젤라 회장은 2001년의 경우 미국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전년에 비해 10%나 증가한 1백9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백9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바젤라 회장은 이 가운데 13%를 연구개발에 투입하는등 공격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요즘 스위스의 또다른 거대 제약사인 로슈(세계 9위)와 합병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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