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억 넘는 중견기업도 기술보증기금 받을 길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현재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은 기술보증을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총 자산액이 5000억원 이상인 중견기업은 기술보증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현행 기술보증기금은 지원대상을 상시종업원 1000명, 총 자산액 1000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중견기업들은 “한시적으로라도 자격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주력업종 규제개선 간담회 3차 회의가 진행 중이다. 우태희(사진 가운데)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회의를 진행 중이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주력업종 규제개선 간담회 3차 회의가 진행 중이다. 우태희(사진 가운데)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회의를 진행 중이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와 국무조정실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은 22일 ‘주력업종 규제개선 간담회 3차 회의’를 열고 규제와 관련한 업계의 어려움을 듣고 이와 관련한 해결책을 찾는 자리를 가졌다.  기계ㆍ조선ㆍ섬유ㆍ화장품 등의 업종이 대상으로  IT산업(5월), 장치 산업(6월)에 이어 3번째 마련된 자리다.

'주력업종 규제개선 간담회 3차 회의'

회의에선 기술보증기금 지원 대상 확대처럼, 기업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해소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세탁 업종의 산업단지 입주를 허용해 달라는 의견도 한 예다. 현재 세탁업종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산업단지 지원구역에만 입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탁업체들은 산업단지 내 공용 폐수처리장을 이용할 수 없어 별도로 폐수처리장을 설치하거나, 이를 외부에 위탁해야 한다. 멀쩡히 있는 시설을 놔두고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시행된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와 관련한 제안도 나왔다. 이 제도는 건설기계 관련 초과 공급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역설적으로 노후기계 교체를 더디게 해 건설기계 제조사의 경영 위기를 가중하고 건설현장 장비의 노후화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주력업종 규제개선 간담회 3차 회의가 진행 중이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주력업종 규제개선 간담회 3차 회의가 진행 중이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이날 회의에선 일부 성과도 나왔다. 우선 ‘기능성 화장품 심사제도’와 ‘함정 기운전보험제도’ 등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다. 과거에는 이미 심사가 완료된 기능성 화장품을 타 업체에 양도ㆍ양수하는 경우, 신규 기능성 화장품 품목 허가와 동일한 처리 기간(최대 60일)이 적용돼 신속한 사업 인계 등이 어려웠다. 또 현행 자외선 차단지수(SPF) 평가 기준에는 해외 각국에서 공통으로 인정되는 ‘국제표준화기구(ISO) 시험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기능성 화장품 양도ㆍ양수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자외선 차단지수 측정방법에 ISO 시험법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조선 분야에서는 함정 시운전보험 제도 개선 문제가 제기됐다. 군사용 선박인 함정은 무장ㆍ전투성능 시험과정에서의 위험도가 높아 시운전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험 가입비용이 제조원가에 반영되지 않아 많게는 60억 수준의 비용을 조선 업계가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었다. 정부는 추가예산을 확보해 보험 가입비용을 원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건조 중인 선박의 해상 시운전을 위한 임시항해검사의 점검 항목을 완화해달라는 건의도 있었다.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의 시운전을 위한 임시항해검사에는 비상탈출표시, 미끄럼방지 페인트칠 등 안전 확보에 필수적이지 않은 항목도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검사관마다 검사범위ㆍ기준 등에 대한 해석이 달라 업계가 대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임시항해검사를 집행하는 검사관의 재량에 따라 점검표 이외의 항목에 대하여 점검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교육도 하기로 했다.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 공동단장을 맡은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이미 여러 산업의 업황이 어려운데, 최근 환율충격까지 겹쳐 수출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법ㆍ제도 개선을 통해 산업 생산성을 강화하고, 수출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