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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청년 뇌사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 살리고 떠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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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새명을 준 하재현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새명을 준 하재현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뇌내출혈로 뇌사 상태에 있던 2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하재현(25)씨가 심장과 폐, 간장, 췌장, 좌우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리고 숨졌다고 21일 밝혔다.

하씨는 지난 10일 퇴근하고 돌아온 아버지에게서 발견됐다. 집안 욕실에 쓰러져 있던 하씨는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발견 시간이 늦어 뇌사 소견을 받았다. 뇌내출혈이 원인이었다.

아들을 포기할 수 없었던 부모는 다음날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해보려 했지만 이 병원에서도 뇌사 추정 소견을 받았다.

하씨는 생전 ‘이식을 못 받고 죽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본인도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기증을 하고 싶다’는 뜻을 평소 가족에게 보여왔다.

남동생에겐 동생과 더할 수 없이 우애롭게 지내며 자주 놀러다니던 형이었고, 부모에겐 무엇이든 알아서 스스로 하는 장남이었기에 가족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하씨의 어머니 조은희씨는 “무엇보다 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던 착한 아이였으니 하늘나라에 가서도 편안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며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지만 마지막 순간에 본인이 원하던 좋은 일을 하고 떠나니 한편으로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동생 하동현군은 “이제 엄마와 아빠는 내가 잘 도와드릴 테니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고 형이 원하던 것 실컷 해”라며 명복을 빌었다.

하씨는 지난 14일 동산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가족과 친구들하고 마지막 이별을 하고 김천에 있는 가족묘에 잠들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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