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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 이용구, 경찰 소환에 출석 안해···피해자만 조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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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나서는 이용구 차관. 연합뉴스.

법무부 나서는 이용구 차관.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시절 술에 취해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은 사건에 대해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음주 폭행 사건인데도 입건하지 않았고 소환 통보를 하고서도 조사없이 내사종결한 점 등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오후 11시37분, 112에 “남자 승객이 목을 잡았다”는 택시기사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던 이 차관은 술에 취한 채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가 자신을 깨우는 기사의 멱살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서초동 모 아파트 현장에 출동한 서초파출소 현장 경찰은 이 차관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파출소에 임의동행 후 귀가 조치 했다.

당시 현장 경찰은 택시 블랙박스에 사건 영상이 녹화돼 있지 않아 증거가 불분명했고, 이 차관이 인적사항을 전달하고 수사에 협조할 의향을 밝혀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경찰은 사건에 특가법(운전자 폭행)을 적용해 최초 발생 보고했다. 그러나 사건을 인계받은 서초경찰서는 사건을 바로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은 112 신고가 들어온 다음 날인 7일 관할 파출소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아 지난 12일 종결 처리를 했다. 경찰은 이 차관이 변호사 신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폭행 혐의는 전화로 처벌 불원하면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가 변호사인 만큼 법리를 다툴 수 있어 판례를 면밀히 검토했다”며 “서초에는 법조 단지가 있는데 당사자가 변호사면 이의 제기가 많이 들어와 법리를 정확히 따질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초 발생 보고에 특가법(운전자 폭행)이라 보기 애매한 표현이 있었고, 피해자 진술과 객관적 자료가 다른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두 부분이 애매해 (특가법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택시기사에 전화하니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후 경찰은 더 자세한 사실 파악을 위해 택시기사를 불러 조사했다. 택시기사는 ‘원래 정해진 목적지에 도착했고, (사건 당시) 정차 중이었다. 멱살을 잡히긴 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경찰은 사건 당시 확인하지 못했던 블랙박스의 SD카드를 택시기사에게서 확보했지만, 현장상황이 녹화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차관에게도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차관은 경찰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관이 경찰에 불출석 답변을 했는지, 출석요구에 답을 하지 않고 출석을 하지 않은 것인지는 현재로선 확인이 되지 않는다.

이 차관 폭행 사건을 두고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이 잇따르면서 재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특가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대검찰청에 이 차관을 고발했다. 다음날에는 이 차관 관련 사건을 내사 종결한 경찰을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 고발됐으니 검찰에서 수사할 수도 있다”며 “재수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 차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개인적인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송구하다”며 “택시 운전자분께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사안은 경찰에서 검토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직자가 된 만큼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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