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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법무실장때 '택시기사 폭행 엄정대응' 지시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정경제 3법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정경제 3법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내사종결’ 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검찰 안팎에서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게 ‘도로 위 폭력’이 아니면…”

특히 이 차관이 법무실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8월 법무부가 ‘도로 위 폭력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사실이 재조명 받고 있다. 당시 법무부는 “2017년 1월부터 최근까지 총 4922명을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죄로 처벌하고 그 중 10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알렸다. 당시 법무부는 택시기사에게 반말과 욕설을 하고 동전을 집어던진 피의자가 구속 기소된 사례를 들기도 했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캡처]

해당 보도자료에서 소개된 ‘특가법 상 운전자 폭행’은 이 차관 사건에 해당된다는 법조계 의견이 많다. 경찰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달 초순 술에 취해 택시 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았지만 경찰이 단순 폭행으로 간주해 내사종결 처리됐다. 단순폭행은 특가법과 달리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반면 특가법을 적용하면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가중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에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도로 위 폭력을 철저히 수사하라는)지시를 할 당시 이 차관은 법무부 법무실장이었다. 이 차관은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고 욕설한 자를 즉각 구속수사하라고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지시에 반해서 엄중한 죄를 지은 자에게 면죄부를 준 서초경찰서에 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법무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이게 검찰 개혁이냐”

검찰 내부에서는 명확하게 특가법 적용 대상이라는 의견이 많다. 복수의 형사부장 검사들은 “검찰로 넘겨진 특가법 상 운전자폭행 송치 사건의 90%는 정차 중 폭행일 것”이라며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에 특가법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논리”라고 입을 모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 10(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의 가중처벌)에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해 일시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쓰여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한 검사는 “법 조문을 읽어보면 도저히 폭행으로 적용할 수가 없는 사건”이라며 “‘내사종결’을 위해 유리한 법적 근거를 힘들게 발굴한 거 아니냐”고 의심했다.

또 다른 차장검사는 “서초서가 송치한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사건을 전수조사해서 전례에 맞는 처분인지 확인해 봐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만약 ‘덮으라’고 지시한 자가 있다면 직권남용이고, 덮은 자는 직무유기”라고도 말했다.

설령 폭행죄로 법리를 적용한다더라도 내사종결 처리는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12신고가 접수 됐고, 피해자 진술이 있었던 만큼 ▶입건을 한 다음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서 검찰 지휘를 받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내사종결이기 때문에 검찰이 걸러낼 수도 없다”며 “이제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까지 확보한 만큼 권력층의 사건 암장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협에서 징계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차관 직무 수행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도 줄을 잇는다. 이 차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직 이후 박범계‧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포스트 추미애’, 즉 후임 법무장관으로 거론된다. 차관 인선 자체가 장관 교체를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 검사는 “변호사도 품위 유지 의무에 대한 징계 대상이니만큼 서울변회나 대한변협 차원의 징계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음주 후 택시기사 등을 폭행한 변호사가 과태료 등의 처분을 받은 경우는 허다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지난 19일 특가법 위반 혐의로 이 차관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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