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리면 강아지 어디 맡기지?”…광주시 돌봄서비스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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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끼니 약 먹어야 하는 우리 강아지, 내가 확진되면 누가 돌봐주죠?”
광주광역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때 반려견을 키우던 한 시민이 불안감을 호소하며 광주시청에 전했던 말이다. 실제로 한 코로나19 확진자는 반려견을 맡길 곳을 찾지 못한 채 격리치료를 받으러 떠나야 했다. 이 사연을 들은 광주시 동물복지과가 코로나19 확진자도 맘 편히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16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실제로 반려동물 맡길 곳 없어 소방서에서 돌보기도 #위탁 업체들도 선뜻 나서며 “동물복지로 접근해야”

“오갈 곳 없어 소방서에 맡기기도”

광주광역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위탁 돌봄 업체로 지정된 서구 풍암동 더 펫하우스 협동조합에서 18일 반려견이 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위탁 돌봄 업체로 지정된 서구 풍암동 더 펫하우스 협동조합에서 18일 반려견이 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는 지난 16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반려동물 돌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반려동물 위탁 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격리치료를 받는 동안 광주지역 5개 자치구에 1~3곳씩 지정된 총 8곳의 반려동물 위탁 보호소에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다.

광주에는 122곳의 반려동물 위탁 보호소가 있다. 흔히 ‘애견호텔’로 불리는 곳이지만, 당장 격리치료 시설로 떠나야 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애견호텔을 찾아 반려견을 맡기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관계자와 접촉이 있으면 방역수칙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광주시 동물복지과 관계자는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없어 걱정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상황을 파악하던 중 실제로 한 확진자가 반려견 보호 요청을 했지만 관련 시스템이 없어 소방서에 맡겼던 사례가 있었다”며 돌봄 서비스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반려견 코로나19 검사해야 하나' 고민

18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위탁 돌봄 업체인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더 펫하우스 협동조합에 반려견들이 위탁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위탁 돌봄 업체인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더 펫하우스 협동조합에 반려견들이 위탁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는 돌봄 서비스 기획 초기 단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돌보고 있던 반려동물도 감염원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앞섰다. 반려동물 위탁 보호소뿐만 아니라 다른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걸리는지 확인하려고 진단검사를 해보는 방안도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반려동물을 찾아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다양한 해외 논문을 참조해 반려견 등이 코로나19 감염 매개체가 되긴 어렵다고 봤다. 동물복지과 관계자는 “확보한 자료들에 근거하면 반려견의 경우는 면역물질인 ‘항체’는 검출되지만, 바이러스이자 전염원인 ‘항원’은 검출이 안 된다”며 “그래도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반려견 위탁에 맞춘 방역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된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보호하던 중 피부나 털에 비말 등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탁 과정에서 수의직 공무원들이 방역복을 착용하고 소독을 마친 뒤 돌봄 업체로 인계한다.

“반려동물 돌봄, 동물복지로 봐야”

광주광역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구 풍암동 더 펫 하우스 협동조합에서 반려견들이 머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구 풍암동 더 펫 하우스 협동조합에서 반려견들이 머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는 유기동물보호소의 돌봄 서비스도 고민했지만, 제외했다. 유기동물이 많아 위탁받은 반려동물이 지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다른 질병에 교차 감염될 수 있는 위험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반려동물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8곳의 위탁 돌봄 업체들도 선뜻 받아들였다. 정욱(42) 더 펫하우스 협동조합 대표는 “보호자가 없는 환경은 반려동물에게 공포나 다름없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반려견 등을 맡기로 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반려동물이 돌봄 받지 못하는 일은 사각지대를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동물복지·사회복지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재난지원금을 통해 반려동물 위탁 비용을 지원하려 했지만, 현행 규정상 불가능해 5㎏ 소형견 기준 1일 3만5000원의 업체 비용을 반려인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위탁 과정에서 광주시가 제공하는 방역과 반려견 인계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광주시 동물복지과 관계자는 “진료 접근성이 좋은 동물병원도 고민했는데 24시간 관리가 어려웠다”며 “애견호텔 같은 전문 위탁 돌봄 업체는 24시간 관리가 가능하고 지병이 있을 때 동물병원 진료 연결도 가능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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