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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탄생 책임감"···안철수 서울시장 출마에 야권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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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안 대표는 당 관계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간절한 말씀들, 그리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제가 결자해지해서 서울시정을 혁신하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해 달라는 거듭된 요구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안 대표의 이날 발표는 당에서도 소수의 핵심 관계자들만 알았을 정도로 갑작스러웠다. 그동안 그는 수차례 "출마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어왔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누군가의 말을 들어서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출마 권고가 계속됐고 그에 대한 고민이 쌓여오다 보니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출마에 나서게 됐다"며 "특히, 박 전 시장이 당선되는 데 있어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니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나가야 한다는 말을 당 안팎과 정치 원로들로부터 많이 들었고, 안 대표 본인도 그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2011년 박 전 시장이 보궐선거로 처음 당선될 당시 유력 대선주자 및 서울시장 후보로 꼽혔지만, 박 전 시장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했다.

2011년 8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2011년 8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정기국회에서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한 것도 안 대표의 출마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국회에서 여당의 폭주가 계속되는데도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적은 야당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안 대표도 더는 가만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특히, 내년 보궐선거는 단순히 서울시장뿐 아니라 이후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중요한 선거기 때문에 문 정권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보궐선거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3석'의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당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라도 안 대표가 보궐선거 출마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야권뿐만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필요한 때였다"며 "안 대표의 출마로 인해 향후 당도 동력을 더 얻을 수 있고, 야권 재편과 관련해서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 이외엔 야권 유력 주자들이 빛을 못 보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결심이란 분석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문 정권과 윤 총장의 대립 구도만 부각되고 야권은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다 보니 야권 대선 주자를 꿈꾸는 안 대표 입장에서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위기감이 조금은 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편, 안 대표의 출마로 인해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도도 출렁이게 됐다. 국민의힘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하는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 등이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은 이들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출마 선언을 한 건 아니며 국민의힘과 사전 교감 같은 것도 없었다"면서도 "어쨌든 출마 선언을 했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민의힘으로 합류해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방식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계속해 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안 대표 출마 소식을 전해듣고 "여러 출마자 중 한 명일뿐"이라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편 안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결심 배경 등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앞서 당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문재인 정권 3년 반, 나라도 절체절명, 민생도 절체절명, 야권도 절체절명인 상황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고 실정을 바로잡아 나라와 야권 전체에 혁신과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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