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바이러스, 어디서 온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는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동물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많은 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중국 광둥성에 서식하는 야생조류에서 왔을 것으로 믿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과연 동물로부터 왔는지 그렇다면 무슨 동물인지 아니면 사람이 이미 갖고 있던 무해한 바이러스가 최근 독성 바이러스로 변한 것인지 - 현재로서는 어떤 추측도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없다.

사스 바이러스의 출처를 캐는 것이 당장 사스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이 바이러스의 재발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학 의과대학의 로버트 쇼프 박사는 사스 바이러스의 출처를 알아내면 최소한 이를 어떻게 막을지 구체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어떤 동물로부터 온 것이라면 그 동물과 접촉 위험이 큰 사람들에게 백신을 투여하거나 문제의 동물을 대량 도살할 수 있다.

1997년 홍콩에서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돼 6명이 사망했을 때 140만마리의 닭을 도살한 일이 있다.

원인 동물이 밝혀지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밴더빌트대학의 마크 데니슨 박사는 말한다. 문제의 동물이나 그 조직을 치료제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스 바이러스의 조상이 밝혀지면 이 바이러스가 독성을 갖게 된 유전적 변이를 규명함으로써 치료제와 백신이 공격해야 할 목표물을 알아낼 수 있다고 데니슨 박사는 지적한다.

두 곳의 연구소에서 사스 바이러스의 게놈을 해독했을 때 과학자들은 사스의 원인균으로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 다른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들과 유사성을 가졌을 것으로 믿었지만 사스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문가인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브렌다 호그 박사는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구조만 가지고는 이것이 동물에서 온 것인지 조상이 인간 바이러스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전에 전혀 본 일이 없거나 동물에 질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간과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바이러스는 동물과의 우연한 접촉에 의해 사람에게 감염되었거나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인간조직에 대한 감염이 가능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호그 박사는 말했다.

호그 박사는 사스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온 것으로 믿지만 사람의 양성 바이러스가 유전변이로 악성화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던 캘리포니아대학 의과대학의 코로나 바이러스 전문가 마이클 라이 박사는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구조가 조류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하다면서 닭이나 다른 가축에서는 그런 바이러스가 발견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스 바이러스는 중국 남부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야생조류를 잡아 먹다가 야생조류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라이 박사는 또 사스 바이러스 항체가 건강한 사람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활동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으며 아마도 작년쯤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스 연구팀을 지휘하고 있는 프랑스와 메슬린 박사는 아직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사스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WHO 연구팀이 호주, 캐나다, 중국 등 세계의 연구소들과 함께 사스 바이러스를 각종 동물에 투여해 감염증세가 나타나는지를 실험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어떤 단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메슬린 박사는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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