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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잔치'에도 중국에 바짝 다가가는 이 나라, 어디?

중앙일보

입력

미국 대선을 1주일여 앞둔 지난 10월. 남아시아 순방 중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작심하고 중국을 비판했다.

"중국은 스리랑카에 '나쁜 거래'를 하고 있으며 이는 약탈자와 같은 행위"라는 직접적인 비난이었다.

지난 10월 스리랑카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지난 10월 스리랑카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최근 중국이 깊숙이 관여한 스리랑카의 여러 프로젝트들이 다시 활기를 맞으며 폼페이오 장관의 이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현재 스리랑카 정부가 10억 달러 규모의 도로 건설, 3억 달러 규모의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중국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130억 달러 규모의 항구도시 건설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중국의 자본이 들어간다. 어마어마한 돈이다.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스리랑카 [AFP=연합뉴스]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스리랑카 [AF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을 걸고넘어진 것도 바로 '돈' 때문이다.
감당하지 못할 채무를 안겨 주권을 잠식한단 비판이다.

그런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지난 2017년 스리랑카는 중국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함반토타항)을 넘겨준 전례가 있다. 지난해 스리랑카 정부가 주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쓴 외채의 43%가 중국에 진 빚이다. 스리랑카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스리랑카의 반응이다.

미국의 경제 원조와 군사 협정 제안에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우리가 가장 힘들 때 도와준 건 중국"이라며 중국에 더욱 바짝 다가서고 있어서다. 중국 역시 "스리랑카의 든든한 친구를 자처"(파이낸셜타임스)한다.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 [신화=연합뉴스]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 [신화=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코로나19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스리랑카는 올해 초에만 중국에서 5억 달러를 빌리고 보조금 9000만 달러를 받았다"며 "스리랑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스리랑카가 이렇게 중국에 바짝 다가가는 데는 이 나라의 정치 명문가 '라자팍사 가문'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라자팍사 가문은 스리랑카의 대통령, 총리는 물론 주요 장관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 모두 친중국 성향으로 유명하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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