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문건’ 서울고검 감찰부·형사부 배당…절차 위반 드러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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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검찰청. [뉴스1]

서울고등검찰청.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를 명령하면서 내건 핵심 사유인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을 수사하게 된 서울고검이 감찰부와 형사부 두 곳에 사건을 각각 배당했다. 특히 대검찰청 인권정책관실 조사로 파악된 감찰부의 적법절차 위반 여부는 수사로 드러날 전망이다.

조남관 대검 차장, 서울고검에 수사 지휘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수사의뢰한 건과 대검 감찰3과에서 수사했던 건을 감찰부에 전날 배당했다. 대검 감찰부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지휘부 보고 패싱’ 의혹은 형사부에서 사건을 배당했다.

앞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8일 추 장관의 윤 총장 직권남용 혐의 수사의뢰 건 및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을 성명불상자로 입건·수사했던 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대검은 인권정책관실 조사로 감찰부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적법절차 위반 사실도 확인, 관련 수사참고자료를 서울고검에 넘겼다.

이에 법무부는 “인권정책관실을 통해 감찰부의 ‘판사 문건’ 수사에 개입하고 결국 감찰부의 수사가 중단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서울고검에 사건을 배당한 것을 비판했다. 그러나 대검 측은 “인권정책관실 조사는 대검 감찰부 수사 절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진정서가 접수돼 관련 지침에 따라 조사한 것일 뿐 수사에 개입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대검은 공정성 차원에서 당시 법무부에 특임검사 수사를 요청했다. 특임검사란 검사의 범죄 혐의를 수사·소추할 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법무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불가피하게 사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했다는 게 대검 측 설명이다.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지난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남관 차장검사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이 지난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남관 차장검사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대검 “수사 착수 절차 의심 사유 발견”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논란을 일으킨 ‘재판부 분석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다시 수사참고자료로 되돌려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결국 법무부가 감찰부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아 이를 근거로 다시 감찰부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대검 측은 “수사 착수 절차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 부장의 입수 경로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있다.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은 한 부장 지휘에 따라 이 수사참고자료를 근거로 조 차장 등에 보고하지 않은 채 윤 총장을 성명불상자로 피의자 입건했다는 게 인권정책관실 조사 내용이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디지털포렌직팀 협조를 받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그 진행 상황을 법무부 관계자에게 수시로 알려줬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허 과장의 연락을 받은 사람으로 심 국장이 재차 거론된다.

조 차장은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뒤 서울고검 배당을 지시했다. 윤 총장은 이해충돌을 이유로 지휘를 회피해 어떠한 보고도 받지 않았고, 조 차장의 지시로 배당이 이뤄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뉴시스·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뉴시스·연합뉴스]

한동수 ‘판사 문건’ 입수 경위 드러날까

앞서 한동수 부장은 대검 인권정책관실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제 삶을 왜곡하는 언론의 거짓 프레임들, 감찰을 무력화하는 내부의 공격들, 극도의 교만과 살의까지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서울고검 감찰부와 형사부 동시 수사로 한 부장의 문건 입수 경로 및 감찰부 수사가 이뤄지게 된 과정이 명백히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내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조상철) 서울고검장과 부장들 성향상 법과 증거에 따라 의혹을 밝혀낼 것”이라며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가 된 의혹인 만큼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도 “패싱 및 셀프 감찰은 조사보다 수사를 통해서 밝혀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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