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빼앗으려 흉기 살해…제주, 길가던 여성 살인 20대 무기징역

중앙일보

입력

‘BJ 사이버머니 탕진’ 20대 중형 선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지난 9월 10일 오후 제주서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지난 9월 10일 오후 제주서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법원 “피해자 느낀 공포·충격 상상 어려워” #“잘못했다”했지만…재판 내내 ‘우발’ 주장 #재판부, 지난 공판서 무성의 태도 질타도 #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장찬수)는 10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29)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8월 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 민속오일시장 인근을 걷던 B씨(39·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휴대전화와 지갑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강도살인죄는 반인륜적인 범죄로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으며,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살해)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충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강도살인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명을 앗아간 반인륜적인 범죄로 합리화될 수 없다”며 “피해자 유족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이날 재판부가 묻는 말에 “네” 또는 “반성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런 답변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반성은 하느냐”고 물으며 “피고인이 지금 하는 답변 태도를 보면 ‘어차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A씨는 공판 과정에서 “가방에 돈이 있는 줄 알고 훔치려 했다. 처음부터 살해할 생각이 없었다”며 우발 범행임을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월 22일 열린 공판에서는 무성의한 태도로 답변하다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A씨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 때 법정에 나와 “강도 살인에 대한 법령에 정해져 있는 그대로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피해 여성은 제주시 도두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걸어서 귀가하던 중 약 2㎞ 떨어진 제주 오일시장 인근에서 A씨에게 끌려가 목과 가슴 등을 6차례 찔려 사망했다.

 A씨는 1만원을 빼앗은 후 현장을 벗어났다가 약 5시간만인 이튿날 0시30분쯤 현장을 다시 찾아 시신 은닉을 시도했다. A씨는 사체를 5m가량 옮기다 포기하고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훔쳤다.

 A씨는 올해 4∼7월 택배 일을 하다 그만뒀으며, 인터넷방송 여성 BJ에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사이버머니를 후원해온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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