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옛말, 요즘엔 “낙지 있어요?”…119 장난 50%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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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전화 일러스트. [연합뉴스]

장난전화 일러스트. [연합뉴스]

119근무자=“네, 119입니다.”

신고자=(웃음소리)“여보세요, 낙지 있어요? 낙지? 000의 낙지? 황00의 황태? 고00의 고인돌.

지난 9월 1일 오후 8시3분쯤 서울119종합상황실에 걸려온 장난전화 내용이다. 매일 119상황실에 화재·구조 신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장난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어 소방당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올해 장난전화 지난해보다 58% 늘어 #경기도 가장 많아, 허위신고는 28건 #김태수 의원 “장난전화 처벌 강화해야”

 8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2년 6개월간 전국 119상황실에 1500여 건의 장난전화·허위신고가 접수됐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339건의 장난전화가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214건)보다 58%(125건) 늘었다.

 연도별 장난전화 건수는 2018년 753건, 2019년 407건, 2020년(6월 현재) 339건 등 1499건에 달한다. 단순한 장난전화의 범위를 넘어선 허위신고는 2018년 10건, 2019년 14건, 2020년(6월 현재) 4건 등 28건이 접수됐다.

 장난전화는 신고 접수 단계에서 상황요원 판단으로 차단해 현장 출동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허위신고는 화재나 구급·구조가 필요한 상황을 거짓으로 알려 출동까지 하게 되는 사례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종합방재센터 직원들이 119 신고를 받고 있다. [사진 소방청]

서울소방재난본부 종합방재센터 직원들이 119 신고를 받고 있다. [사진 소방청]

 전국 17개 시·도에서 장난전화가 가장 많이 접수된 곳은 경기도(377건)였으며, 전북(258건), 서울(257건), 경북(172건) 등이었다. 울산·세종·충북·전남에서는 장난전화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허위신고는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 16건, 대전·인천에서 각각 6건·3건 접수됐다. 부산·울산·강원에서는 각각 1건 발생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술에 취한 사람이나 정신질환자가 횡설수설하거나 아이들이 장난으로 전화하는 사례가 많다”며 “알 수 없는 단어를 반복해 말하거나 인사를 하고 끊는 등 유형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태수 서울시의원(중랑2)은 “119에 전화하는 사람들은 긴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인데, 장난전화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8년~2020년 6월 119종합상황실 장난전화, 허위신고 건수. [자료 소방청]

2018년~2020년 6월 119종합상황실 장난전화, 허위신고 건수. [자료 소방청]

 허위신고자에게는 소방기본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내년 1월 21일부터 현행 2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된다.

 장난전화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 40호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문자메시지·편지·전자우편·전자문서 등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괴롭힌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소방청 관계자는 “정신질환자나 아이가 많아 실제 처벌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관공서 긴급전화에 대한 장난전화를 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며 “경범죄처벌법 제3조 1항 40호가 아닌 제3조 3항(6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을 적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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