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3종세트' 이용구 "지켜봐달라" 윤석열 징계위 필참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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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논란이 7일 증폭되고 있다. 이 차관은 오는 10일 오전 10시30분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다룰 법무부 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이 차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윤 총장 관련한 조사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조사 당시는 이 차관이 월성 원전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시기라 부절적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이 차관이 징계위도 열리기 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측근들과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윤 총장 징계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박상기에 사무실 무상제공 논란

지난달 중순 박 담당관은 박 전 법무부 장관을 면담 조사했다. 추 장관이 제기한 윤 총장 관련 의혹 중 하나가 조사 대상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박 담당관이 박 전 장관을 조사한 장소가 이 차관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이었다는 거다.

논란이 일자 이 차관은 "사무실 방 3칸 중 1칸을 8월부터 박 전 장관이 사용했다"며 "법무부 법무실장 재직 시절부터 박 전 장관에게 퇴임 이후 연구실을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박 전 장관이 사무실을 빌려 쓴 것이냐'는 본지의 문의에 "(박 전 차관)이 빌려 쓴 것이 아니라 제가 모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차관이 "무상 제공" 취지의 해명을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전 차관이 박 전 장관에게 사무실을 무상 제공한 것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김영란법 8조 1항은 '공직자 등은 명목과 관계없이 1회에 100만원 또는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차관이 "사무실 전체 임차료가 월 300만원 정도"라고 밝힌 만큼, 박 전 장관은 방 3개 중 하나를 지난 8월부터 사용했다면 4개월간 400만원 정도의 혜택을 실제 본 셈이다. 지방의 검찰 간부는 "이 차관이 당시 현직인 박 전 장관에게 사무실을 주겠다고 '농담조'로 말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나중에 실제 사무실을 제공하는 '실행'을 한 만큼 농담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가성 여부에 따라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고도 봤다. 뇌물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약속 당시 박 전 장관은 당시 법무실장인 이 차관의 직근상급자(인사 및 감독권자)였다"고 했다.

차관 임명 직전까지 원전 변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박 전 장관이 이 차관의 사무실을 사용한 시기는 이 차관이 백운규 전 장관을 변호하던 시기와 겹친다. 일각에서는 원전 사건의 변호인인 이 차관이, 원전 사건을 총지휘하는 윤 총장에 대한 감찰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차관이 박 전 장관에게 사무실을 제공한 배경이 무엇인지, 이 차관이 해당 사무실에서 윤 총장 관련 조사가 진행된 것을 실제 몰랐는지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차관은 차관에 지명된 2일에서야 백 전 장관에 대한 사임계를 제출하고, 논란을 의식한 듯 3일 출근길에 "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살펴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중립적으로, 국민의 상식에 맞도록 업무를 처리하겠다"며 "(윤 총장 징계위에 당연직으로 참석해 자신이 내놓을)결과를 예단하지 마시고,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하루만인 4일 이 차관이 지난달 24일 대전지검을 찾아 백 전 장관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에 직접 참관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청구를 발표한 날이다. 이에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차관과 같은 거물급 변호사가 피의자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에 직접 참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차관이 백 전 장관의 변호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볼 수 있겠다"며 "징계위원으로서 공정한 징계 의견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종근2'와 윤석열 징계 논의  

지난 4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 참석한 이 차관은 추 장관의 측근들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다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윤 총장 징계 문제를 논의한 텔레그램 대화창 화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히면서다. 대화 상대는 추 장관의 정책보좌관인 조두현 검사와 '이종근2'였다. 이 차관은 "이종근2는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의 아내인 박은정 담당관"이라고 해명했다.

일선 검사들은 이종근2가 박 담당관이든 이 부장이든 둘 다 문제라고 본다. 박 담당관은 윤 총장 감찰·수사를 위법하게 밀어붙였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윤 총장 감찰·징계와 업무상 전혀 관계없는 이 부장이 대화에 참여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한 검찰 간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면서 이 차관을 징계위 위원장을 시키지 말라고 했다는데, 해당 차관이 국회에서 공작하다 걸린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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